해외여행기/유럽방문기

스페인의 톨레도

carmina 2016. 7. 11. 14:02



2016. 5. 26


마드리드 기차역은 서울 역보다 몇 배는 더 커 보였다.

아침에 기차가 마드리드 역에 도착하자 마자 톨레도 표를 예약했다.

마침 같은 역이기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같은 역임에도

가는 목적지에 따라 건물이 달라 한 참을 헤매었다.

기차를 기다리다가 한국인 여행객을 만나 대일밴드를 2개 구걸했다.


마드리드 역에서는 마치 공항에서 탑승할 때 처럼 승객들의 짐을 검사했다.

승객이 모두 관광객들 뿐인 톨레도행 직행 고속 렌페로 출발 후 시속 170km로 달려

창밖 풍경을 느낄 새도 없이 겨우 30분만에 도착했다.


톨레도 역에 내리니 기차역 앞에 관광버스와 2층 투어버스들이 서 있다.

한국인 젊은이 2명에게 어떻게 도심까지 갈거냐고 물었더니

택시를 타겠단다. 그래. 니네들은 부모님 돈으로 여행다니니 택시타고

나는 내가 벌어 다니니 돈이 아까와서 버스탈란다.


역앞 버스 정류장을 찾아 버스를 타니 차비를 받지 않고 영수증만 내준다.

왜 이럴까? .알고 보니 이 날은 톨레도에 커다란 축제가 있는 날이라

특별히 모든 시내버스가 무료였다.


톨레도는 요새라는 뜻이다.

로마시대와 서고트왕국시에 스페인의 수도였기에 그 찬란함이

아직도 남아 있다. 무어인과 싸운 기독교왕국의 전초기지였기에

아직도 톨레도는 카톨릭과 이슬람 그리고 유태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야말로 역사상 수없이 많은 전쟁의 흔적이 있는 유명한 요새 도시다.


버스에서 내리니 첫 눈에 이 곳이 요새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3면이 강으로 둘러쌓인 섬의 높은 곳에 위치한 우뚝 선 도시의 주위는 절벽이라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도시였음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었다.


도심지로 가기 위해서는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세상에 이런 도시가 있을까?


도심지로 올라가니 웬일인지 사람들이 모두 한 군데 몰려 있다.

내가 예약한 오스탈을 찾아갈려면 도심 광장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 광장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지나갈 수가 없을 정도다.

광장의 주위 건물들에는 모두 각 층마다 큰 휘장이 걸려 있고

휘장에 쓰인 글을 보니 모두 각 나라의 국가 명이 써 있다.

주로 남미의 카톨릭 국가들 이름이다.

Mexco를 Mejico라고 써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멕시코를 많이 다닐 때 현지인들은 멕시코라고 안하고

늘 메히코라고 발음한 것이 기억났다.

그리고 그 곳 베란다에 예복차림의 남자들과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아래를 내려다 보며 관람하고 있다.   

어디선가 커다란 마이크 음성으로 미사를 드리는 상황이 방송되고 있다.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지나갈려 했더니 모여 있는 사람들이 가지 못할 것이라고

하기에 사람들 틈에서 그냥 선 채로 배낭을 땅에 내려 놓고

건물의 상가 문턱에 올라가 까치발을 들고 상황을 구경했다.


마이크로 합창단의 귀에 익은 노래소리가 들린다. 이 곡의 제목이 뭐였더라.

자주 듣는 클래식 합창으로 전 멜로디를 다 알고 있는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사가 정말 길다.

한참 후 미사가 끝났는지 헨델의 메시아 중 합창곡 '할렐루야' 합창이

실황으로 연주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 후 미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줄을 지어 나오는데

복장이 참으로 여러가지다. 양복을 입은 사람들, 신부복, 수녀복, 축제 유니폼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옷차림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나가고 있다.

건물 베란다에 각 나라 휘장이 걸린 곳에 서 있는 예복차림의 사람들이

그 행렬을 향해 꽃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가끔 중요한 인사가 지나가는지 큰 함성소리가 박수소리와 함께 터졌다.


거의 2시간을 꼼짝 못하고 더위 속에 서 있다가 나오니 행렬이 끝났는지

사람들이 흩어지고 겨우 숙소를 찾아 갈 수 있었다.


짐을 풀고 얼른 빨래를 해서 널고는 밖으로 나오는데 같은 방에 묵은

아가씨가 따라 나오기에 국적을 물으니 이스라엘이란다. 그런데 한 눈에

군인의 냄새가 났다. 케이트는 까미노를 40일상 걷고 이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라 하기에 같이 산책하다가 케이트는 어느 성당에 들어가 혼자 오랜동안

무릎꿇고 앉아 기도를 올렸다.


축제의 제목을 보니 5월의 축제미사라고 써 있는 글을 보았다.

그게 축제미사였구나. 유럽은 많은 카톨릭 성인들의 이름을 가진 축제가 많다.

골목마다 빌딩 사이 공간을 색색가지 무늬의 천으로 차양을 만들어 장식해 놓았고

집집마다 베란다 창가에 카펫트 휘장을 늘어 놓아 단지 성당만의 종교축제가 아니고

전 도시 축제임을 보여 주었다. 하긴 스페인은 거의 모든 국민들의 종교가 카톨릭이라

도시 축제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톨레도의 중심 광장에서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다.

미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미사에 입었던 복장 그대로 골목 골목을 다니며 축제를

즐기고 있고 관광객들과 사진을 같이 찍어 주기도 했다. 카페마다 사람들은 흥청거렸고

카페 앞 테이블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모든 레스토랑도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톨레도 대성당 입구는 미사가 끝나서인지 일부러 철문이 닫혀 있었지만

성당 문 앞에는 꽃으로 장식해 놓아 사람들이 모두 그 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톨레도는 역사적으로 전쟁이 많은 곳이라 아직도 무기를 만들던 철기산업이 발달해서인지

많은 곳에서 각종 칼 종류와 중세시대의 기사들이 입었던 투구를 전시하며 팔고 있다.


사람들 별로 없는 곳으로 들어가는 골목의 바닥에서 낯익은 마크를 발견했다.

유태인의 상징이라는 메노라라고 불리우는 7가지의 촛대다. 영화 지붕위의 바이올린이나

헐리우드의 영화에서 가끔 보듯이 유태인들은 이 메노라를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늘 시련과 핍박 그리고 정처없이 떠도는 유랑생활을 하면서도 메노라는 필수적으로

가지고 다니며 매일 가정예배를 볼 때 사용한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은 유태인의 마을이다. 이 메노라 상징을 따라가면 유태인들의

집들을 볼 수 있다. 모든 문들이 닫혀 있지만 다른 집들처럼 축제용 휘장은 보이지 않았다.


걷는 것만으로는 톨레도를 다 볼 수 없을 것 같아 2층투어버스를 이용했다.

버스는 언덕 밑으로 도심지를 벗어나 다리를 건너 도시의 외곽에서 보이는 톨레도의 모습을

내부에서는 볼 수 없는 성벽과 전체적인 성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타호 강위로 몇 개의 아치형 석조다리를 보며 전차나 말이 들어 올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일

것이라 생각하니 저 다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하는

역사적인 상상을 해 본다. 톨레도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가 있던가?

    

정말 아름다운 도심의 전경이 둥그렇게 이어져 있다. 우뚝 솟은 도시 주위로

절벽 기슭에 산책로가 있고 도심의 건물들이 모두 연한 갈색이라

저녁시간에 석양빛을 받으면 그야말로 황금빛으로 가득한 천국의 모습일 것 같았다.

멀리 외부에서 보니 도심 건물 하나도 다른 색이 없이 모두 통일된 색깔이다.

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면 이런 류의 마을이 자주 보인다.

어느 마을은 온통 흰색으로 벽을 만들어 놓아 순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타호강 바닥에는 오랜 세월 전에 무너진 다리의 흔적이 있다.


그 날 저녁은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밤늦게까지 거리가 시끄러웠다.

새벽 2시가 넘도록 숙소 밑의 술집에서 들리는 소리가 혼자 여행하는 나를

외롭게 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에 혼자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산책을 즐겼다.

거의 아무도 없는 골목에는 브러쉬가 달린 소형전동기로 지난 밤의 흔적을

닦아내는 청소부와 이른 아침에 식자재를 공급해 주는 차량들만 몇 대 보였다.

골목은 깨끗했고, 모든 집들의 창문은 덧창으로 굳게 닫혀져 있다.

유명한 엘그레코 미술관도 외부에서만 즐겼다. 수없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대성당 주변도 아직 시들지 않은 꽃들만이 가득했고 그 시간에 마침

팩키지 여행을 나온 중국인들이 아침 일찍 떠나는 듯 캐리어를 가지고 나와

일부러 이른 시간에 문을 연 골동품상에서 비싸 보이는 물건들을 쇼핑하고 있었다.

그 안에 나도 관광객인 듯 들어가 상품들을 보니 정교한 무기들과 투구와

금속갑옷등의 금속제품들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어 금방이라도 그런 것들을

손에 잡으면 누군가와 결투를 하고픈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

그 비싼 물건을들 사고 있는 중국인들의 대범함에 놀랄 뿐이다.


톨레도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가 있을까 해서 글을 쓰면서 검색해 보니

스파르타쿠스를 주제로 한 영화 '300'과 반지의 제왕에서 사용하는 소품들이

모두 이 곳에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골목 바닥에 이상한 표시가 자주 보였다. 알파벳으로 Sepharad 라고 표시되어 있기에

목자들의 길이라는 코스로 알았는데 후에 이 표시가 유태인들의 표시임을 알았다.

그러니까 어느 곳에서는 메노라표시가 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이 표시가  있었다.


유태인의 거리 골목에 꼬마 두명과 엄마 인듯 보이는 가족이 캐리어를 끌고 가는

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성문을 막아 놓았던 두께 10센티 정도 되는 철문을 보았다.

철판을 얼기 설기 그러나 촘촘히 덧대어 만든 성문에는 투박한 나사못으로 이어 놓았고

그 문에 무언가 와서 부딪힌 흔적이 수없이 많았다. 이 성문 하나를 놓고 얼마나

격렬한 전투가 있었는지 문 하나가 모든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톨레도에서 가장 톨레도다운 유적물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도시를 떠났다.


배낭을 메고 기차역으로 가기 위해 나오는데 광장에 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그 중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보였다.


어제 투어버스 티켓의 유효기간이 24시간이라 투어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나와

마침 역에 막 도착한 한국인 커플에게 티켓이 아직 4시간이 남아 있으니

한 장만 더 사서 시내구경을 하라고 주었더니 무척 고마와 했다.


문득 기차역 부근에 중국인 마트가 있어 들어가니 팬티 2장과 한국 라면 4개를

사 들고는 무척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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