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유럽방문기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carmina 2016. 7. 13. 11:49


2016. 5. 28 ~ 5. 29


세비야에서 그라나다를 거쳐 바르셀로나를 이동하는 기차를

예매할려고 했으나 그라나다에서 바르셀로나 직행이 모두 만석이라

그라나다에서 마드리드를 거쳐 바르셀로나로 가는 표를 예약해야만 했다.


그라나다로 가는 기차표에는 중간역에서 갈아타는 것으로 되어 있어

조심해야겠구나 하고 긴장하고 있는데 갈아타는 것이 아니고

그라나다 근처에서 철도공사가 있어 약 100km 전의 중간역에서

렌페가 제공하는 버스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참 아름다웠다. 멀리 보이는 어떤 마을은

푸른 밀밭이 펼쳐진 위로 주택의 벽들이 모두 하얀 색으로 되어 있어

저 곳이 샹그릴라가 아닐까 할 정도였다.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스페인은 속도가 느리고 시간이 더 걸리지만

도시를 이동할 때 기차보다 버스여행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성급하게 유레일을 준비했다는 후회감이 들었다.

어쩐지 스페일 포르투갈 두 국가를 여행하는 유레일 상품이 많지 않았다.

그걸 일찍 깨닫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라나다에 거의 도착하여 버스가 역쪽으로 가까이 가는데

인근 도로에 사람들이 넘쳐 날 정도로 쏟아지고 있어 옆에 앉은 손님에게

물어보니 이 곳에 투우장이 있어 지금 막 투우가 끝난 것 같다한다.


숙소로 가기 위해 전철표를 사야하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어떤 젊은이가

친절하게 도와 준다. 아울러 자기가 먼저 내릴 때 나보고 다음 정류장에

내리라는 친절도 아끼지 않았다. 여행은 그런 친절에 감사하며 다니면

즐거운 추억을 가질 수 있다.


까르멘 광장 인근의 숙소를 찾아 돌아다니는데 길을 가는 사람들의 복장이 심상치 않다.

많은 여자들이 플라맹고 춤을 출 때 입는 까르멘 복장의 새빨간 드레스를 입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여기도 축제가 있나 보다.


숙소 근처의 작은 광장에서 먹거리 축제가 있었는지 텐트를 쳐 놓고

각종 음식들을 담았던 접시가 보이지만 이미 끝나는 시간같아 아쉬었다.


여장을 풀고 얼른 시내로 나왔다. 인근 골목에 있는 카페마다

시끄러운 소리와 사람들이 가득하고 모두 TV의 축구게임에 열광하고 있다.

물어 보니 국가대항은 아닌데 아마 국내 프로축구팀들 경기같다.

어느 카페에서 응원하는 여자의 티셔츠가 선수유니폼인데 가슴에

우리의 자동차 KIA (기아) 상표가 선명하다.


삼성이 영국의 프로축구 첼시팀의 스폰서로 유니폼에 삼성로고를

달고 경기하듯 기아도 이 곳의 어느 프로축구팀을 스폰서하는 것 같다.

그러나 확실히 모르지만 지금 TV에서 경기하는 팀의 선수들이

기아 유니폼을 입지는 않았다.


까르멘 광장을 지나는데 일본 아가씨 두명이 내게 알함브라 궁전

예매를 하는 곳이 어디냐 묻기에 모른다고 하고는 그 곳에 예매가 필요한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숙소에서 한국인 아가씨가 있어 물어보니 알함브라 궁전 예약은 벌써 이미

몇 개월 전에 다 끝났고, 당일 매표소에서는 한정적인 인원에게만 매표를 하니

새벽부터 가서 기다려 티켓을 사야한다고 알려 준다.

오로지 알함브라 궁전을 보기 위해 이 곳에 오는데, 이 곳에서 바르셀로나로

바로 갔으면 알함브라를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인생 새옹지마일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물결치는 곳으로 내 발길도 흐르다 보니 큰 람블라 광장에 이르렀다.

그곳으로 가는 상가 골목의 위에 루미나리에빛으로 아름답게 장식해 놓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플라맹고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광장 한 켠에 무대를 차려 놓고 많은 무희들이 플라맹고를 추고 있다.

음악은 비록 녹음되어 나오지만 춤을 추는 그룹이 여러 팀이다.

어른 팀, 청소년팀, 중학생팀,초등학생팀 그리고 유아팀.

플라맹고도 빨간 드레스입고 춤만 추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팀은 지팡이를 가지고 나와 구두탭과 지팡이의 탭을 같이 이용하여

더 환상적인 리듬을 선사하고 있고, 초등학생팀은 익숙하지 않지만 배운대로

열심히 춤을 추고 유아팀은 무대 아래 뚱뚱한 여자강사가 춤을 보여 주면서

따라 하는데 뒷머리를 올리는 동작과 치마를 살짝 드는 동작등이 너무 귀여웠다.

부모 손을 잡고 따라 나온 꼬마 아가씨도 까르멘 복장을 하고

쇼를 보면서 같이 따라 하고 있다. 아마 스페인 국민이면 누구나

이 춤을 따라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한 페스티발이 무려 밤11시까지 지속되었다.

여기서 다양한 플라맹고를 보니 어제 세비야에서 20유로를 내고

소규모의 무대를 본 것이 아까웠다.


숙소에서 아침을 제공한다. 빵과 커피 그리고 우유까지..

오랜만에 푸짐한 식사를 즐기고 길거리 사냥에 나섰다.

아침 시간에 대성당을 들어가니 미사가 진행중이었으나

세비야 처럼 음악은 전혀 없었다. 대성당 주위는 늘 사람이 많다.


어제 저녁처럼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 가니

골목에 선물가게들이 줄을 지어 있다. 물건이나 의류들이 아랍풍의

물건들이 참 많았다. 나도 그 중 아랍풍의 셔츠 하나를 사서

그동안 입고 다녔던 등산복을 벗었다. 무척 편했다.  


이제 내일 새벽에 알함브라 궁전 가는 길을 확인하기 위해

누에바 광장쪽으로 걸어갔다. 이 곳은 주로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곳인듯

거리의 악사들도 젊은 취향의 노래를 부르고

퍼포먼스하는 사람들도 모두 흔한 대도시에서 보던 모습이다. 

이런 곳에 가면 유럽 대도시 어디나 보는 흔한 광경이 있다.

흑인들이 길거리에서 짝퉁 핸드백, 운동화, 셔츠, 선글라스 등을 팔고 있다.

그 들은 언제든 길거리에 널어 놓은 좌판을 통째 들어 도망칠 수 있도록

수시로 주위를 둘러 보고 경찰 단속이 시작되면 우르르 한꺼번에 사라진다. 

큰 비누 방울을 만드는 퍼포먼스를 하는 이가 있기에

사진을 찍으려 했더니 돈을 안내면 만들지 않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선물가게와 식당이 많은 길을 올라갔다.

골목 곳 곳에 거리의 집시로 보이는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좌판에

작은 선물을 놓고 팔고 있다.

남자 집시가 기타를 치는데 옆에 앉아 있는 큰 개가 신기하게도 음악에 맞추어

컹컹 거린다. 훈련을 많이 시킨 개다.


골목을 따라 올라가니 귀에 익은 알함브라 궁전의 기타 멜로디가 들린다.

사람 별로 안다니는 곳에 어떤 거리악사가 담벼락 앞에 앉아

연주하는 모습을 조금 멀리 떨어져서 한 참을 들었다.

스페인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 기타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이

거의 클래식기타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니 클래식 애호가인 내가 귀를

호강하고 있다.


알바이신 언덕에 오르니 멀리 알함브라 궁전이 계곡 저 편에 우편엽서처럼 

펼쳐져 있다. 그 곳에 사람들이 참 많았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산 니콜라스 광장 앞의 커다란 십자가 앞에 두명의 악사가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틈에도 좌판을 벌려 놓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림을 펼쳐 놓고

파는 사람들도 있다. 어디든 관광객은 호주머니를 열어 두어야 한다.

만약 해질녘에 이 곳에 올라오면 황홀한 알함브라 궁전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멀리 5월 말임에도 흰눈이 덮힌 시에라 네바다산의 정상이 보인다.

 

언덕을 다시 내려오다가 작은 산 호세 성당에 문이 열려 있기에 들어갔는데

하얀 천으로 온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은 세명의 수녀가

막 기도를 마쳤는지 들어가고 한 수녀만 남아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수녀들이 머리는 덮어도 얼굴까지 덮은 것은 보지 못했는데

마치 아랍의 여자들처럼 얼굴까지 모두 덮어 어떤 부류의 수녀인지 궁금했다.


일부러 아랍식당에 들어가 아랍풍의 점심을 즐겼다.

혹시 메뉴에 중동처럼 호무즈가 보이기에 같은 것이려니 하고 주문했는데

늘 먹던 것보다 많이 걸쭉했다. 그리고 빵도 아랍식 화덕에 구운 빵이 아니고 스페인식

보카디요가 나와 실망했다. 그러나 식후 아랍차를 마시면서 향이 좋아 기분이 풀어졌다.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 하니 아침 가격이 포함된 숙박비를 낼 필요가 없어

인근 성당 근처 저렴한 곳으로 옮겼다.


주택가 골목에 오렌지 나무가 있어 그냥 따먹어도 될 것 같지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인근 거리를 산책하다가 제로니모 수도원의 한적한 마당에 앉아

한낮 잠깐의 오수를 즐기고 나와 바로 옆의 디오스 바실리카 성당에 

4유로를 내고 들어갔다가 그만 한 눈에 휘둥그레지는 성당의 모습에

입이 벌어졌다. 이렇게 아름답게 장식한 성당은 이제까지 보지 못한 것 같다.

성당 내 모든 성물들이 직선이 없다. 모든 물건에는 화려한 장식이 달려 있고

하다못해 거울까지도 그냥 사각형이 아니었다.

그리고 성당의 본당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숨은 곳에서 보석을 발견한 것 같다.

그 어떤 대성당보다 아기자기하여 물건을 더 자세히 보게 된다.


행사가 자주 열리는 림발광장에 가서 오늘 일요일이니 혹시 볼거리가 있나 하고

구석에 앉아 기다리는데 특이한 모습은 없이 광장에 부모님들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나와 풍선을 사고, 서커스 묘기를 하는 퍼포먼스와 애들이 좋아할만한

디즈니 미키마우스, 미미 그리고 겨울왕국의 눈사람 모습의 탈을 쓰고

광장을 서성이고 있다. 같이 사진 찍어 주고 한 푼 두 푼 받는 일이다.

또한 멋진 왕자복과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남녀가 천천히 길을 가로 지른다.

이것도 퍼포먼스인지 아니면 결혼시 후 풍경인지 모르겠다.

어느 광장에 남자를 형상화한 조각품이 있는데 유난히 그 남자의 성기부분만

자꾸 만져서 윤이 나고 있다.  이 쪽에 유명한 해물튀김집이 있다 해서

찾아 보았으나 문을 닫았다.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을 따라 가다가 커다란 광장을 지나니 근처에

큰 도자기 장이 섰다.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만의 스타일로 만든

접시류를 비롯한 생활 도자기들과 장식용 도자기들이

아름다운 형태와 색깔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마 여자들이 이 곳에 왔으면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나라도 이런 형태의 도자기 장터가 생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숙소로 돌아오다가 또 다른 축제를 보았다.

아마 어느 성인의 미사가 끝나고 행렬을 하는지

성당에서부터 사람들이 미사예복을 입은 사람들, 수녀들, 신부들,

그리고 정장을 하고, 굵고 긴 촛대에 불을 밝히고 지나간다.

뒤를 이어 성인의 무덤인 듯 커다란 궤를 담은 행렬이 지나고

관악대가 각종 금관악기를 연주하며 지나간다.

악보를 얼핏 보니 구노의 아베마리아다.

이런 종류의 클래식을 듣는 것도 상당히 이국적이다.


숙소에 초라한 몰골의 미국인이 들어왔다. 이제 막

포르투갈 까미노를 끝내고 오는 길이라 하기에 나도 프랑스길을 끝내고

다음에는 다른 길을 생각중이라 했더니 북의 길은

힘든 코스니 반드시 체력을 준비하고 가야 한다며 충고한다.


다음 날 새벽 5시에 일어 났다.

짐을 챙기고 숙소 주인은 없지만 보관하기로 약속한 장소에 배낭을 놓고

어두운 길을 나섰다.


그 새벽에 청소하는 사람만이 있고 큰 길로 나오니 아주 드물게 사람들이

지나쳤지만 일부러 피해서 걸었다.


어제 봐둔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으로 올라가다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2개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다가 오른쪽 길로 올라가는 도중 어쩌다 한 두 명

앞에 올라가고 있어 내가 앞질렀다.


알함브라 궁전의 매표소 앞에 도착하니 6시.

이미 사람들이 20명 정도 줄을 서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은 하루 6600명만 입장시키는데 현장매표로 하루 100장의

티켓을 판매한다는 소문이 있으니 우선은 오늘 입장은 안전권에 든 셈이다.

그리고 어제 만난 한국아가씨 정보에 의하면 아침에 추울테니 옷을 따뜻하게 입고 가라고 해

방풍옷을 입고 나중에 벗어서 들고 갈 수 있는 쇼핑백에 아침으로 먹을 것도 챙겼다.


티켓은 현찰로 구입하는 라인과 카드로 구입하는 창구가 따로 있었다.

가지고 있는 현찰을 아껴야 할 것 같아 카드로 구입하기로 하고

카드 자동발매기가 있는 곳에 줄을 서면서 가지고 간 빵과 쥬스로 아침식사를 하고

마침 한국아가씨가 있기에 대화를 나누다가

직장인이 어떻게 이런 긴 시간을 내고 여행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직장에서 의무적으로 14일을 휴가로 써야 하는 규정이 있다기에

혹시 대기업 중 S 기업이 아니냐 했더니 깜짝 놀란다.

나도 그 그룹사에서 일한 적 있다 해서 우린 그 때부터 일행이 되었다.


잠시 후 아가씨가 인근 카페 문을 열었다고 잠시 자리 봐달며 다녀 오더니

내가 먹을 커피와 크로와상을 같이 사가지고 와 무척 고마왔다.

옷을 세겹을 입었는데도 추웠다. 그런데 미국에서 온 젊은이들은

그 추위에도 반발셔츠와 반바지만을 입고 바닥에 앉아 매표시간까지

포카를 하고 있었다.


8시 10분전부터 티켓을 살 수 있었고, 정확히 8시 반에 입장이 가능했다.

알함브라 궁전은 크게 세가지 지역 즉, 나스르 궁전, 알카사바 요새

그리고 헤네랄리페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티켓을 구입할 때도 세가지 지역을 다 볼 것인지 아니면 일부만 볼것인지

선택하게 되어 있다. 이곳까지 왔으니 다 보는 티켓을 구입했다.


알함브라는 아랍말로 '붉은 흙으로 지은 요새'라는 뜻으로

당시의 모든 성은 항상 적의 침략을 고려해서 건축되었기에

알함브라도 언덕 위에 지어 항상 적의 침략을 막아내야 했다.

알카자르는 요새지역이고, 나스르 궁전은 왕이 집무실이고

헤네랄리페는 왕의 별장으로 사용되었다.


우린 우선 요새인 알카자르부터 돌아 보기로 했다.

그리고 매표소에서 나누어 준 코스 안내도 그 곳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커다란 나무들이 군인들 열병하듯이 양측에 일렬로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곳을 지나면

대포가 포문을 열고 있는 요새가 보인다.  이런 높은 곳을 차지하고 전쟁을 한다면

아마 적군을 컴퓨터 게임하듯이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을테니 이 언덕을 차지하기 위해

얼마나 처참한 전쟁을 했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모든 군사들이 이 안에서 생활하여

온갖 시설들이 남아 있다. 주거지역과 목욕탕 등등.

옆에 돌을 쌓아 올려 만든 듯한 높은 건물의 벽에 커다란 문고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용도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아마 무언가 굵은 끈을 매달기 위해 달아 놓은 것 같다.

그 건물의 벽에 치열한 전쟁의 모습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말로 사람을 밟고

칼로 찌르고 투구가 땅에 떨어져 뒹굴고 사람의 목이 굴러 다니는 그림.

전쟁은 이 모습보다 더 처참했을 것이다.


알카자르를 지나 나스르 궁전으로 들어가는 첫 건물인

카를로스 5세의 2층 궁전에 들어가니 외부로 볼때는 사각형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원형의 공간이다.

마치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넓은 원형

경기장이 영화셋트처럼 공간이 휑하게 남아 있다.

문득 그 넓은 공간에서 소리가 어떻게 전할지 시험을 해 보았다.

그 시절 스피커도 없었을테니 이 넓은 공간에서 왕의 한 마디가 어떻게

전달될지가 궁금했다. 같이 다니는 한국아가씨들을 세워 놓고

이 편에서 별로 크지 않은 말을 하니 저 편에 있는 아가씨들이

내 이야기가 선명하게 들린다 한다.


언젠가 호주의 퍼스를 방문했을 때 이런 타원형의 시설에서 소리의 전달을

테스트해 보았기에 이런 원형 공간에서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건물의 각 방마다 들어가는 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그 공간 사이를 제비의 무리들이 시원하게 날아 다니고 있다.


밖으로 나오니 멀리 그라나다 시의 전경이 시원하게 보인다.

공해 없는 도시. 우리처럼 중국에서 날라 오는 황사도 없고

차들이 별로 없으니 대기가 무척 깨끗하다. 지금쯤 한국에서는

황사로 무척 고생하고 있다는데 나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천국에 있다.


매표소에서 나누어 준 설명서에 의하면 나스르궁은 서로 다른 시기에 세워진

궁전이다. 멕수아르 궁은 1314~1325년 이스마일이, 코마레스 궁은 1333~1354년

유쉬프 1세가 그리고 라이온궁은 무하마드 5세가 1362~1391년동안 세웠고

아울러 나머지 2개의 궁도 일부 지었다고 설명되어 있다.시기를 보니 모두

100년 안에 이루어진 일이라 아마 건물의 양식에 대한 정서는 같았으리라고 본다.


아라야네스의 정원의 연못은 물이 맑아 연못 아래에 또 다른 궁전과 하늘이 있다.

사방으로 벽이 가로 막혀 있으니 물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명경지수같아

어쩌면 그리 아름다운지 사진을 자꾸 찍어대야만 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물의 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레가가 작곡한 유명한 기타 연주 음악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물이 흐르는 소리를 연상해서 작곡한 것이라면 이해가 될 것이다.


궁전의 건물안에는 이슬람의 전통 문양인 코란의 글들이 새겨져 있다.

아마 '알하후 아크바르(알라는 유일한 신)'이라는 말일 것이다.

물건이나 사람을 형상화하지 않는 이슬람의 문화로 볼 때

다른 글을 새겨 넣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건물의 벽에 예쁜 무늬가 새겨진 사각형의 작은 공간이 있어

손을 넣어보니 냉기가 느껴진다. 얼핏 다른 사람들의 설명을 들으니

당시 냉장고 역할을 하는 곳이라 한다.


사자의 궁으로 들어왔다. 마당 한가운데 12마리의 사자가 등으로 받치고 있는

분수가 참 단조롭지만 이 분수로 시계역할을 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사자의 궁의 목적은 바로 할렘이다. 남자는 오로지 왕만 들어 갈 수 있는 곳.

무수히 많은 무희들과 여인들이 이 공간에서 온갖 요염한 표정으로

왕에게 간택되기 위해 포즈를 취했을 것이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그러한 홀로그램으로 영화같은 장면을 보여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방에 들어가니 천정에 별 모양의 창이 있고 그 옆으로 오래된 고목과 이끼 혹은

양초가 녹아 떨어지고 있는 듯한 모양들이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어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고 한 참을 바라 보았다.


문득 어느 방에 이슬람 단어가 아닌 Washington Irving 이라는 이름이 보여

왜 미국식 이름이 이곳에 있을까 하고 후에 확인을 위해 사진을 찍어 두고

확인해 보니 스페인 주재 미국공사로 있으면 '알함브라의 전설'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 있던 곳을 기념한 곳이었다.


나스리드 궁의 정원으로 나왔다.

넓은 연못의 주위로 나무들이 아름답고 그 연못의 물을 채우기 위해

높은 곳에서 물이 흘러내려 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록 물은 궁안의 연못만큼 깨끗하지 못했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개구리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저녁이면 알함브라을 아름답게 하는 음악은 개구리들의

울음소리일 것 같다. 이 연못에도 옆에 있는 파르탈 궁의 모습이 그대로

파란 하늘과 함께 보였으나 밖에 있는 연못이라 수면이 가만히 일렁거려

궁은 연못 아래서 간드러진 무희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정원의 곳곳에 연못과 물이 흐르고 꽃이 아름다운 화단을 잘 정리해 놓았다.

일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전지가위로 나무를 다듬고 있고 흙을 메꾸고 있다.

  

파르탈 구역을 지나 헤네랄리페로 가는 도중에 몇 개의 탑을 지난다.

알함브라 궁전은 투어를 위한 동선이 화살표로 그려져 있어 대개 그 동선을 따라

이동한다. 자칫 역으로 가다가 보면 그냥 밖으로 나가 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티켓도 구간별로 세분화되어 있어 헤네랄리페로 들어갈 때는

표를 보여 주고 전철 출입구같은 회전식 도어를 이용해야만 한다.


헤네랄 리페는 다른 구역에 비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우리네 용인 자연농원이나 남해안의 아름다운 섬 외도같은 인상이다.

입구에서부터 향나무인것 같은 나무로 교각같은 조형물을 만들고

관광객들이 숲 사이를 걷는 기분을 내게 한다.

숲사이마다 분수가 있고 어디서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빨간꽃, 노란꽃 보랏빛꽃들이 만개하고 그 꽃들 넘어 보이는 도시의

풍경들이 참 아름답다.  시내에서 볼 수 있었던 오렌지 나무도 이곳에 있다.


헤네랄 리페는 영어로 쓰면 General Life이다. 따라서 그냥 편안히

쉬는 장소이다. 어느 곳에 있던 편안한 마음을 가질 것 같다.

그 편안함이 고요함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곳은 관광객이 너무 많다.

특히 한국인 단체 관광객의 진한 경상도 사투리가 요란하다.

조금 조용히 관람하면 안될까? 어느 외국 단체도 그렇게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물은 높은 곳에서 홈을 따라 흘러 내린다. 하다못해 상부정원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의 손잡이에도 홈을 파서 물이 흘러 내리게 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꽃과 나무와 물과 편안함과 아름다움이 있고 역사가 있는 곳.

그 곳이 바로 알함브라 궁전이다.


아쉬운 발걸음으로 알함브라 궁전을 나와 언덕을 내려 오니 굳이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궁전의 일부를 볼 수 있는 호텔 출입구가 있었다.


아침에 커피와 빵을 가져다 주고 내 사진을 많이 찍어 준  한국인 아가씨들에게

버거킹에서 점심을 대접했다. 굳이 서로의  이름도 연락처도 필요없이 단지 여행의

즐거움만으로 인연을 대신했다.


이제 그라나다를 떠난다.

버스를 타고 역이 정류장에서 내려 길을 걷다가 문득 한글이 보였다.

편의점, 짐보관.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한국인 주인이다.

마드리드 하루 관광을 하는 이들을 위해 짐을 보관하는 서비스가

편할 것 같았다. 가격을 물어 보니 4 유로.


그라나다에서 바르셀로나를 가기 위해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가

역 근처에서 묵고 내일 새벽에 바르셀로나로 가야 한다.


떠나며 파바로티가 불렀던 그라나다 노래를 앞에 부분만 흥얼거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