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기/유럽방문기

스페인 마드리드

carmina 2016. 7. 17. 15:22


2016. 6. 3 ~ 6. 4


아침에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렌페를 타니

내 주위에 30대로 보이는 남자들 무리가 한꺼번에 몰려

승객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의 안하무인으로

소리를 지르고 떠들고 있다. 이제까지 이런 무례를 본 적이 없어

상당히 의아해 했다.


지난 번에 어느 곳에 갈 때 열차에 조용함을 강조하는 칸이 따로 있어

누군가 전화를 소리내어 받으니 승객 중 한 사람이 그에게 와서

주의를 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마드리드. 이번 여행에 이 곳을 도대체 몇 번이나 오는 것인가?

포르투갈에서 올 때 한 번.

세비야 갈 때 한 번

바르셀로나 갈 때 또 한 번, 벌써 4번째네.


우선 내리자 마자 한인 숙소에 예약을 해 놓았기에 메트로를 타고

안내해준 대로 찾아 가니 숙소에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손님 중에 무척 낯이 익은 얼굴이 보인다.

TV에 얼굴이 자주 나오는 유명 방송인.


어쨋든 여장을 풀고 무료로 제공되는 밥과 김치 그리고

산티아고 다닐 때 초기에 누군가 준 육게장 스프로 국을 끓여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먹었다.


편하게 입고 시내로 나왔다.

메트로를 타고 솔 역에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니 마요르 중앙광장에

신천지가 보였다.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넓은 광장에 이리 저리 물결처럼 쓸려 다닌다.

광장에는 많은 인간석상들이 마치 금방 화석이 된 사람들 처럼

가지 가지 치장을 하고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다.

사람들은 즐겁게 그들과 사진을 찍고 아낌없이 돈통에 동전을 던진다.

솔광장에도 커다란 카를로스 3세의 기마동상과 곰동상이 있다.

이 곰이 마드리드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선처럼 나 있는 길 중에 알카라 길을 택해 내려가니

휘황찬란하게 아름다운 건물들이 즐비하게 양쪽으로 세워져 있다.

관세청 건물과 카지노 에스파냐 은행 등등

늘 느끼는 것이지만 건물은 창문이 아름다워야 한다.

고딕양식으로 세워진 건물들이 형태는 그렇지만 오래된 건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건물의 꼭대기에는 독수리같은 거대한 조형물을 올려 놓아

건물의 품위가 있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프라도 미술관을 찾았다.

그 곳에서 고야와 루벤스를 보고 싶었다.

적어도 그 곳은 복사본이 아닌 진본이 진열되어 있을테니까..

물론 그림에 대한 일천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진본이던 복사본이던

무슨 상관이 있으련만, 그래도 그림을 통해서 작가와 교감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한국에서도 유명화가의 작품 전시회가 있다면 가능한 미술관을 자주 찾았다.


프라도 미술관 예매를 위해 날씨도 더운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그 마당에 고야의 동상이 있고 인근 사람들은 인근 잔디밭에 편한 오후를 즐기고 있다.

미술관 티켓은 예매를 해도 되지만 다른 유명 관광지처럼 아주 긴 줄은 없었다.

미술관 안내 소책자가 한글로 된 것이 있어 고마왔다


프라도 미술관은 약 200년전에 건립되었다.

주로 스페인 화가들의 그림과 독일, 프랑스, 프랑스, 아탈리어, 영국 및 네델란드의

회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스페인 화가로는 고야와 엘 그레코 그리고 벨라스케스의 작품이 많고

이태리 화가는 라팔엘로 보티첼리 외 다수의 화가들 그림

프랑스는 루벤스을 비롯한 여러 화가들의 그림

그리고 네델란드의 렘브란트 그림들

유명한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원래 이곳에 있다가 소피아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한다.


미술관에 들어서면서 그 규모의 거대함에 압도당한다.

양쪽을 즐비하게 전시된 대형 화폭의 그림들,

여느 미술관이나 그렇지만 사진을 찍지 못하게 되어 있어 모두 눈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학생 단체관림도 많았지만 일반 단체관람도 많았는데 특히

한국인들의 단체 관람은 유별 났다. 그 들을 몇 십명이 몰려 다니며

유명한 그림 앞에서 빙 둘러선 채로 한참을 설명을 하니 개인으로 온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물러 날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그림을 볼 수 있었다.


1층의 전시실은 구조가 몇 개의 방으로 연결되어 있어 보는 동선이 불편해서 몇 번을 오가야 했다.

그림 보는 것은 걷는 것보다 더 다리가 아파 가끔 앉아 쉬어야만 했다.  


고야의 옷벗은 마야를 보면서 이 비싼 그림을 보호장치도 없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

보는 내가 불안해서 각 방마다 있는 안내원에게 진품이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한다.

이 비싼 그림을 보호장치도 없이 전시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더니 그냥 시익하고 웃었다.

그 외 루벤스의 그림들 그리고 라파엘로 그림 앞에는 늘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세계적으로 중요한 그림 들앞에는 꼭 안내가 옆에 서 있었다.

관람을 마친 후 밖으로 나오니 벨라스케스의 동상이 나를 보고 만족했느냐고 묻는다.


숙소에 돌아 오니 몇 명의 한국 아주머니들이 고기를 사가지고 들어와

덕분에 오래만에 삼겹살과 상추 그리고 와인과 함께 포식했다.

그 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산티아고를 마치고 오는 사람들이다.

산티아고를 마치고 온 사람들이 이제는 필요없는 약품이나 용품들

그리고 침낭들을 이 곳에 기부하고 가고 이 곳에 오는 사람은

아무나 그걸 가지고 갈 수 있으니 혹시라도 까미노를 떠나기 전에

이 곳에서 묵는 사람들은 정보를 얻고 필요한 까미노용품도 그냥 얻을 수 있다.


어떤 젊은 아가씨가 까미노를 다 걷고 또 다른 길을 걷는다며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에는 여행을 즐기는 또 다른 인류 종족이 있다고 생각해 본다.


편한 침대에서 편히 자고 아침도 든든히 먹고 관광을 나섰다.

왕궁을 봐야 한다. 누군가 표를 사는데 길게 줄을 서야 한다고 했다.

솔 광장으로 다시 왔다. 왕궁을 찾아가다가 무척이나 긴 줄이 있기에

당연히 그 길이 왕궁으로 들어가는 줄인 줄 알고 기다리는데

주로 아가씨들이고 모두들 요가매트를 하나씩 들고 있다.

왜 이럴까? 혹시 왕궁의 잔디에서 선탠을 하나?

한참 후에야 그 날 마요르 광장에서 하는 오이소라는 유명 요가 회사의

무료 강습이 있는 것을 알고 혼자 머쓱해졌다.

알고 보니 그 날 요가 강습에 가면 공짜로 얻는 것이 많았다.

티셔츠와 요가 매트와 작은 배낭 그리고 각종 무료 스포츠 음료까지..


길거리에는 문 닫힌 상점 앞에서 노숙자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고

거리에서 짝퉁을 파는 흑인들이 보자기에 싼 물건들을 어깨에 메고

커다란 광장으로 나가고 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거리의 악사들은 벌써 연주를 시작했고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도 준비하고 있다.


왕궁은 아침시간이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우선 유명한 그랑비아 길을 찾아

내려가니 길 가에 대형 광고판에 삼성 스마트폰을 소개하고 있다.

까미노를 다닐 때 많은 외국인들이 나보고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물으면

가끔 삼성 칸츄리에서 왔다 하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끝에 거대한 빌딩이 굽어 보고 있는 에스파냐 광장이 한적해 보여

분수가 있는 벤치에 앉아 쉬노라니 흰 드레스를 입고 큰 모자로 멋을 낸

모델아가씨가 화보 촬영 중인지 카메라 앞에서 우아한 포즈로 미소를 짓고 있다.


광장 한가운데 우뚝 유명한 스페인의 문호 세브반테스 탑 앞에

로시난테를 탄 라만차의 기사 동키호테와 

뚱뚱한 당나귀를 탄 하인 산초의 동상이 있다.

당시 스페인에서 만연하였던 귀족들의 모습을 풍자하기 위해 쓴 소설이

'돈키호테같은 인간'이라는 새로운 인간성격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동상 옆으로 중국관광객들이 밀려 온다.

그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 들은 동상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말의 배 밑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다. 그러다가 말 위로 올라갈 기세다.

말을 탄 경찰들이 그 주위를 순찰을 돌고 있다.


광장에서 솔광장 쪽 골목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가니 중국인 마트가 있어

들어가니 한국 음식들이 라면을 비롯한 양념들 통조림들이 가득하다.

그 근처 식당에서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즐겼다.


솔광장으로 다시 오는 중간에 수없이 많은 관광객들 틈에 이상한 여자들이

작은 소리로 호객을 하고 있다. 매춘을 하는 거리의 여자들이 분명해 보였다.

또한 플라맹고 드레스를 빌려 주는 곳도 있다. 우리 나라 인사동처럼

잠시 빌린 한복을 입고 거리를 산책하듯 이곳도 그런 시스템이 있다.


오전에 요가 강습으로 인해 들어가지 못했던 마요르 광장으로 다시 왔다.

무척이나 넓은 이 곳에서 국가적인 행사가 많이 열린다.

스페인의 광장들은 주위에 4층높이의 건들로 둘러 쌓여 있어

마이크가 없던 시절에도 누군가 크게 말물을 하면 어디서든

잘 들릴 것 같다. 기록을 보니 이 곳에서 국왕의 취임행사가 열리고

투우도 했으며 공개재판같은 것도 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기는 마요르가 중심이라는 뜻을 의미하는 것이니

나라의 모든 일에 가장 중요한 일들이 여기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솔과장은 현대의 모습이고 마요르광장은 중세의 모습이라 사람들이 덜 붐볐다.


왕궁을 찾아가는 길에 멋지게 차려 입은 스페인 남자들이

길을 가고 있다. 아마 결혼식 복장같은데 어쩌면 그리

늘씬하고 아름다운 옷들을 입고 걸어가며 또한 어떤 이들 몇 명은

군사제복 장교 정장을 입고 가는 것이 남자들을 더 돋보이게 했다.

거기에 멋진 선글라스까지..


한국 여자들이 유럽을 오면 제일 부러워 하는 것이

여자들의 뾰족한 코이고 깊고 큰 눈이다.


왕궁옆의 큰 성당에서 사람들이 많이 들어 오고 나가기에

처음에는 그게 왕궁인지 알았는데 그 옆에 축구장 몇 개 정도의

넓은 마당에 그다지 크지 않은 하얀 대리석 건물이 왕궁인 것을 알고 조금 실망했지만

그 안에 들어가서 궁의 내부를 관람하면서 어찌나 화려한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제껏 세계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왕이나 대통령이 살고 있거나 사는 곳을

보아도 이렇게 호화찬란한 궁은 처음 보았다.


사진을 절대 찍지 못하게 하기에 기록을 남길 수는 없지만

몇 천개의 방 중 일반에게 개방된 몇 십개의 각 방마다

마치 벽의 금도금된 장식품들이나 천정 벽화등이 세계 어느 나라 왕이 와도

기가 죽지 않을 만큼 에스파냐 왕은 최고의 영화를 누린 것 같다.


각 방마다 목적이 달랐다. 물론 대연회장도 있지만

어느 방은 대사를 알현하는 방, 어느 방은 아침, 어느 방은 아침,

어느 방은 중국풍으로 만든 방 등등 너무 많이 기억이 나지 않는

용도들의 방을 하나 하나 들어갈 때마다 사진을 찍고 싶어 안달하다가

천정의 벽화라도 찍어 볼려고 스마트폰으로 나를 보는 척 하며 천정을 찍었는데

그새 각 방마다 있는 안내원이 내게 와서 사진찍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보다 제일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어느 방에 악기 하나에 적어도 몇 십억을 홋가하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5점이나 있어 한 참을 들여다 보았다.

갑자기 신기술과 최고의 장비 그리고 기막힌 전략을 이용해 고가품을 도적질하는 테마 영화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만큼 그 악기들이 탐이 났다.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이 있을텐데 방을 몇 개 다니다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것을 보고

다른 방들을 개방을 하지 않는 왕궁이 방침이 꽤씸해졌다. 그런 나를 놀리기라도 하는 듯

커다란 공작 한 마리가 내 앞의 담위을 천천히 지나간다.


광장의 오른편 지하에는 중세시대의 각종 무기와 기마상들을 진열해 놓아

그것도 볼거리 중 하나였다.


왕궁을 보고 나오니 길거리에서 거리의 악사가 와인잔을 이용해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연주하고 있다. 악사의 뒤에 서서 한참을 구경하고

동영상도 촬영했다. 나도 집에 가서 한 번 해 봐야지.


종일 걸어 다니고 서서 관람을 했더니 힘이 들기에 길 옆의 숲에서

한 참을 앉아 쉬니 주위에 나같은 사람들이 많아 어떤 이들은

아예 길게 누워 자고 있다.


가까운 곳에 공연장이 있었다. 들어가지는 못하고 벽에 걸린

향후 연주 일정을 보니 유명한 연주자들의 이름이 즐비하다.

오스트리아 작곡가인 아놀드 쉔베르크의 미완성 오페라

'모세와 아론'의 연주와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 숄,

내가 좋아하는 소프라노 르네 프레밍 그리고 수잔 그래험의

공연들이 예고되어 있다. 티켓 가격으로 보니 그래도

르네 프레밍이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듯 했다.


솔광장으로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본 메트로 이름. 오페라.

음악이라면 그저 눈이 반짝되는 내게 그 역의 이름이 얼마나 좋아보이던지..

광장 주변은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지고 수없이 많은 가게들이

대형 하몽을 천정에 주렁 주렁 걸어놓고

수많은 종류의 치즈와 버터들을 팔고 있어 사고 싶어 망설이게 된다.

저걸 사가지고 가면 와인 안주로 참 좋을텐데..


그랑비아 거리로 한참을 걸어가며 사람구경에 빠지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시벨레스 광장 주변의 거대한 고딕스타일의 우체국 건너편에서

내 증명사진을 찍고 스페인 여행을 마무리했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여행을 하면서 많이 느낀 점이

우리 선조들은 너무 심플한 삶을 살았구나 하는 아쉬움이다.

물론 선조덕을 보자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선조들의 삶에

예술적인 감각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고 본다.

아마 유교적인 관습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언제나 이런 기회가 또 올까?

결정은 단순할 수 있다. 가고 싶으면 가면 되는거지.

인생은 간단할 수 도 있으니까..

마치 산티아고 까미노를 걷듯이...


이제 내가 내게 준 인생의 큰 선물을 마음 깊숙한 곳에 곱게 접어 넣고

가끔 두손으로 머리를 괴고 앉아 꺼내 먹어야겠다.


아스타 루에고 에스파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