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속 내생각

영화 '나의 산티아고'의 아쉬운 점

carmina 2016. 7. 30. 20:56



나의 산티아고


영화가 흥행성이 없는 영화라 상영관을 찾기가 힘들었다.

이러다 못 보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마침 가까운 인천의 소규모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


잘나가던 독일의 코메디언 하페씨가 과로로 병으로 쓰러진 후 

쉬기 위해 어느 날 큰 결심을 하여 까미노를 걷고 출판한

여행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내내 어이가 없었다.


저렇게 까미노를 걷는 사람도 있던가?

물집 조그만거 하나 잡혔다고 버스타고 다음 코스로 가거나

걷는 중에 길가에서 담배를 피운다거나

남자들이 여자 한 명을 길에서 희롱한다던가

길가에 캠핑을 하는 여자가 낯모르는 순례자와 텐트 안에서 섹스를 하고 나온다던가

거친 산맥길을 걸으며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고 하는데 피레네 산맥 코스는 그런 곳이 없다.

일부러 거친 곳을 찾아서 갔다면 몰라도 정식 루트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는 주로 호텔에 체크인하고 때론 집을 통째로 빌리기도 한다.

어쩌다 성당 알베르게에서 하루 묵으면서 도저히 못참고 나갈려 노력하면서

그런 곳은 잘 곳이 못된다는 식으로 표현해 버린다.

아무리 연예인이라해도 그렇게 돈을 흥청 망청 쓰면서 걷는 순례자가 있었던가?

순례자들은 대개 숙박요금 5유로의 공립알베르게에 묵고

조금 여유있는 사람은 10유로 정도의 사설알베르게를 묵기도 한다.

호텔도 있지만 내가 본 바에 의하면 호텔은 대개 순례자가 아닌 관광객이 묵는다. 


주인공이 지나는 까미노는 내가 이 번에 걸을 때 보지 못한 곳이 많았다.

이상하다. 분명 같은 길을 걸었을텐데 나는 왜 보지 못했을까?

벌판길을 걸을 때 순례자를 태운 버스가 흙먼지 길을 일으키며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걸으며 신을 찾았다고 기뻐하는 모습이 이해는 간다.

남의 손에 이끌려 온 사람이거나, 그냥 친구따라 온 사람도

걸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가는 곳이 산티아고이다.


까미노는 한 달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그리고 저녁이면 만나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같이 만들어 먹는 것이

산티아고 까미노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 과정들을 배제하고 혼자 걷기만을 주장하는 것도

일반적인 까미노의 모습은 아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긴 하다.

혼자 걸음으로서 스스로 내면의 자기를 찾고

묵상하며 걸으면서 신과의 대화를 마음 속으로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인공의 까미노가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 영화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고

영화라는 특성때문에 그렇게 장면들이 보여질 수 밖에 없을 수도 있지만

무언가 일반적인 까미노에 대한 장면들이 잘 못 보여진 것 같다.


미국의 서부 트레일 코스인 PCT를 주제로 한 영화 '와일드'는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이나 충분히 그런 상황을 이해할 만 했다.


걸으면서 매일 하루의 생각을 메모 하고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노트가 내가 가지고 다니던 것과 같은 것이라 깜짝 놀랐다.


까미노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통해

일반인들이 보통 겪는 까미노의 여정들을 왜곡할까봐 걱정이 되지만

거의 대부분이 나처럼 그리고 다른 보통 사람처럼 걸을 것이 분명하다.

단지 까미노를 다녀온 사람들을 보고 영화의 주인공처럼 걸었구나 라고

추측만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어찌 되었든 까미노는 가 볼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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