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속 내생각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수 없는 비밀

carmina 2016. 8. 19. 09:45



클래식 특히 성악을 좋아하니

오래전 부터 이 여자에 대한 스토리는 알고 있었다.

클래식계에서 전설같은 성악가.

너무 잘하는 디바로의 전설이 아니고

최악의 음치라 전설로 불리우는 여자가 있다.

원래 이름은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1860년대에 태어나고 1944년에 사망했다.


지난 4월 프랑스의 파리로 가는 기내에서 이 성악가에 대한

프랑스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 수 없는 비밀'.

이 여자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프랑스에서 먼저 영화를 만들었다.

이제 곧 미국에서 메릴스트립이 주연하는 같은 내용의 영화가 개봉될 것이다.


이 여자의 이름을 구글링해 보면 참다운 예술의 세계를 생각하게 된다.

어쩌다가 부유한 부모님을 만나고 그 유산으로

평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 노래. 노래. 노래.


그녀는 음치다.

그것도 일반인이 도무지 들어주지 못할 최악의 음치.

음치라도 혼자 있는 곳에서 노래하면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음치는 자신이 음치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나도 오랜동안 교회에서 찬양대 지휘자를 해 오면서

많은 음치들을 보아 왔다.

그 음치들에게 발성을 이렇게 내라고 가르치고 제대로 된 음을 가르치면

대개 달가와 하지 않는다.

내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는데 무슨 참견이냐 하는 심보다.


영화에서 마가렛트 여사가 그랬다.

남이야 자기 노래를 듣고 웃건 말건 자신은 노래에 심취해 있다.

노래할 때 사람들이 마구 웃으면 자신의 노래가 좋아서 웃는 것으로 이해했다.


고래로 역사의 왕들은 간신들의 달콤한 말에 빠져서 정사를 그르칠 경우가 많다.

마가렛트 여사도 그랬다.

자신의 저택에서 일하는 하인들이 모두 입에 침이 튀길 정도로 칭찬한다.

그래야 해고되지 않으니까..


이 음치를 등쳐 먹는 사람들이 이 영화에 나온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마가렛트 여사는 자신의 공연을 늘 공개적이지 않은 클럽이나

자신의 저택에서 노래한다.


마가렛트의 노래를 살아 생전에 음반으로 놓은 것이 있어

늘 라디오로 클래식 에프엠만 듣는 나는 가끔 이 여자의 노래가

방송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에프엠에서 자주 들리는 이 여자의 노래는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밤의 여왕의 아리아'다.

주로 높은 음에서 기교를 요구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가 이 곡을 부르고

나는 개인적으로 전 세계 성악가 중 이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소프라노는

우리의 영원한 디바 조수미로 손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음치가 이 노래를 부르면?

성악을 좋아하며 반음이 떨어지는 즉 플랫되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나는

그야말로 얼른 라디오를 꺼 버리고 싶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 여자의 노래에 묘한 매력이 있다.

얼마나 많은 부분에 음이 떨어지는지 궁금해서다.

정말 아무리 전문 성악가라도 그렇게 모든 부분에 플랫되게 부르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주위에서 잘한다고 늘 칭찬하고

비록 한 번도 오페라의 배역으로 연주해 본 적은 없지만

자아도취에 빠져 수많은 오페라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어 두어

사진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그녀를 유명한 성악가로 인식하게 된다.

그녀의 무대 의상은 늘 화려했으며 늘 자신이 있었다.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이 여자가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교통사고 후 자신의 목소리가 더 좋아졌다며 사고를 낸 운전기사에게

후한 사례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영화의 결말은 실제의 내용과 다르지만

이 여자의 삶의 최고 정점은 뉴욕의 카네기 홀 공연이다.


그녀의 공연 소식이 알려졌을 때

모두의 생각이 누가 그 공연을 돈을 주고 보겠느냐고 했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에 공연은 일찍 매진이 될 정도로 인기였다.

 

카네기홀 공연을 끝내고 마가렛트여사는 한달 정도 뒤에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이 여자의 일생을 보면서 나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나도 이 여자처럼 미치도록 노래를 좋아하지만 그다지 좋은 목소리도 아니고

잘하는 편도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서 그리고  남앞에서 노래하고 싶을 뿐이다.


영화를 본 후 가슴이 찡하게 울린다.

삶은 저렇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것이야.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남이 뭐라하든 최선을 다하는 것.


잘하고 못하고는 종이 한 끗차이다.

이 여자가 만약 떨어지는 반음을 제대로 올려 불렀다면

아주 평범한 소프라노 가수에 불과했을 것이다.


역사는 평범한 것은 기록에 남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따라 올수 없을 정도로 아주 기막히게 잘하거나

조금 못하더라도 눈에 뜨일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을 사람들은 기억한다.


곧 개봉될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국 영화 '플로렌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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