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속 내생각

플로렌스

carmina 2016. 8. 24. 22:35


영화 플로렌스 (원제 :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전세계에서 행복지수가 제일 높은 나라가 아이러니컬하게도 히말라야에 있는

네팔 그리고 인도 옆의 국민소득 2000불도 안되는 조그만 나라 부탄이다.

그 들은 국민의 대다수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믿고 있다.

북한처럼 총으로 옆구리를 찌르며 행복하다고 말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 여사가 그랬다.

남이야 뭐라 하든 말든 그녀는 자기 노래에 취해 사는 사람이었다.

정상적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그녀의 노래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내의 기를 살려 주려는 남편의 정성에

그 누구도 그녀가 음치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마치 동화 속의 벌거숭이 임금님처럼..


그녀는 철저히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만 산다.

음악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고

음악이 인생의 전부라고 자신있게 공언한다.

나를 비롯한 내 주위의 아마츄어 음악애호가들도

모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음악은 내 인생의 전부다.


제대로 음악을 공부하고 연주를 하는 사람들 눈이나 귀에는

아마츄어 음악가들의 연주가 참으로 가소로울 것이다.

감히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고 있다고..


오래전부터 플로렌스 여사의 음악성은 음악사에 길이 남는 기록이었다.

최악의 음치지만 음반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연주자도 서기 힘든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했던 실력자(?)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맨 마지막 자막에 그런 말이 써 있었다.

카네기 홀에서 공연한 연주자들의 음원 중에서

외부로부터 제일 많이 음원제공을 요청하는 연주자가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의

실황연주라 한다.


물론 그 연주가 유난히 아름다운 연주라기 보다는 희소가치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관객들의 어처구니없는 비웃음과 야유 속에서도 그녀는 거침이 없다.

그녀의 그런 행동은 주위 사람들의 철저한 귀막음과 입막음에 있다.

어쩌면 철저한 조롱일 수 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녀의 열정을

인정하고 싶은 남편의 헌신적인 노력이다.


이러한 음악사에 길이 남을 플로렌스 여사의 일대기가

불과 몇 달안에 프랑스와 영국에서 동시에 제작되어

프랑스 버전인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수 없는 비밀'은 3월달에 개봉하고

최고의 배우 메릴 스트립과 휴그랜드가 영국판 버전은 8월달에 개봉했다.


두 영화를 비교해 보면 아무래도 영국판이 더 현실감이 있고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 같다.


플로렌스여사는 연주할 때 오로지 오케스트라 없이 피아노 반주로만 노래했으며

그녀는 당시 음악계의 주요 인물들과 사교계에서 어울린다.

그 유명한 토스카니니와 소프라노 릴리 퐁스등과 음악적인 교류를 가졌다.

교류라 하기는 좀 어색해도 그 모임에 같이 있었다.  


초록은 동색이랄까.

플로렌스의 전임 피아노 반주자도 전문가가 보기에는 그다지 시원찮은

연주자로 나온다. 실제로 그도 플로렌스 사후에 음악을 그만두었다 한다.

하긴 피아노로 들리는 음도 못 맞추는 성악가의 노래를 반주하는 것은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것이다.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피아노로 '도미솔도' 음을 쳐 주어도

그 음을 맞추어 소리내지 못하는 사람이 음악 모임에는 무척 열심이다.

어떤 이는 앞에 나와서 노래하는데 노래 하나에 조가 몇 번 바뀐다.

어떻게 피아노 음을 하나 치면서 이 음을 내라 하는데 전혀 다른 음을 내는지

무척 궁금할 뿐이다. 이런 생각도 내 자만심인가?


세상 사는데 가장 의미있게 사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남에게 물질적이고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주장대로 사는 것이다.

플로렌스 여사가 남긴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는 하지만 노래를 안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우리 주위에 그런 사람이 한둘이랴.

나 또한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고 싶다.

솔직히 나도 노래는 잘 못하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은 플로렌스여사 못지 않다.

내 노래를 녹음하여 들어 보면 어찌나 어색하게 들리는지..

그러면서도 모임에 가면 나보고 노래 불러 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들은

나를 곤경에 빠지게 하거나 내게 어떤 이득을 원하는 것은 아닐테니 그나마 안심이다.


음도 안 맞게 노래하느라고 노래 잘하는 배우로 알아주는 메릴스트립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맨 마지막 장면에 제대로 노래하는 메릴스트립을 만날 수 있다.


개봉하는 오늘 저녁에 아내와 같이 이 영화를 보았는데

극장 안에는 단지 3커플만 있을 뿐이었다.


음악은 일종의 건전한 마약이다.

나도 플로렌스처럼 음악에 중독되어 살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때 내가 노래하는 것을 듣고 담임선생님이 칭찬 한마디 한 것에 고무되어

노래부르기를 좋아한 이래 이제껏 50년 넘게 음악 아니 노래에 빠져 살았다.

누가 말린다 하더라도 나는 평생 음악에 빠져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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