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속 내생각

트루스 (Truth)

carmina 2016. 9. 7. 08:50



이 영화 제목을 굳이 '트루스'라고 붙일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저자가 직접 쓴 자서전적 소설인 '진실과 의무'라는 제목을 썼다면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을텐데

나도 처음 이 영화 제목을 보고 누구의 이름인 줄 알았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철에 나온 선거관련 영화는 어떤 의미일까?

그것도 이 영화를 2004년 미국 대선중에 일어났던 실화를 소재로 했다.

공자의 말이 생각난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것을 알아야 새것을 안다.

아마 폭로적으로 치닫는 현재 미국 대선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영화같다.


대선후보 클린턴이 최근 국무장관시절에 있었던 이메일로 인해 곤욕을 치룬바 있다.

이 영화를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지고 기획하고 준비를 했는지 마치 미래를 예측한 것 같다.


사건은 부시대통령의 아들로 대통령을 이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기간에 터졌다.

CBS 방송국에 누군가 부시 대통령의 군 복무 시절의 근무기록에 비리가 있다며 의문을 제기한다.


CBS 방송국의 여기자인 메리 메이프스에게 들어 온 제보를 팀을 구성해 확인하던 중

직접 나서기를 꺼리는 증인이 결정적인 증거를 내주며 사건은 급물살을 탄다.

당시 CBS는 한국의 시사고발프로그램인 '추적 60분'과 같은  포맷의 '60분'이라는 프로그램에

이 제보를 방송하기 위해 증거물을 다각도에서 진위를 검토하고 드디어 확신을 갖고

방송을 타며 '한 건 해냈다'고 회심의 축배를 들 때 날아든 문서의 조작의문이

블로거에 의해 제보되고 이 후 CBS와 다른 방송사와 언론사들간의 공방이 이어진다.


그런데 정작 그 공방은 대선후보의 병역비리에 대한 의문에 대한 것이 아니고

문서의 진위여부에 대한 관심과 CBS의 허위보도에 대한 여론만 들끓을 뿐이다.

이태백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르키는데 사람들이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은 끝없이 자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와 증인을 찾고

언론은 끝없이 증거가 잘못되었다며 추궁한다.

또한 늘 그렇듯이 언론은 기자의 과거 전력까지 다 들추어 내며

인신공격까지 서슴치 않는다.


영화는 보는 관객은 답답할 뿐이다.

그러나 그건 현실이었다.

지금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메리가 아들과 함께 놀고 있는 레고조각들을 통해서

어떻게든 사건을 맞추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을 표현한다.


스스로 진실이라고 확신하는 것을 사람들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거짓이라고 우겨대는 상황하에서

기자들의 철저한 직업의식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또한 '아니면 말고'식의 사이버 의견 또한

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속칭 '찌라시'라는 내용들이 매일 매일 인터넷에 나돌고 있다.

물론 어떠한 금전적이고 사회적인 잇점을 노리고 그런 헛소문을 퍼트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내가 무심코 던진 돌에 연못속에서 놀던 개구리 한 마리가 죽을 수 있듯이

내 손을 떠난 작은 글하나가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도 생각해야 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메리가 조사관들 앞에서 이 사건이 진실이라는 것을

조목 조목 설명을 하는 장면이 인상깊다. 


이 영화에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앵커로 나온다.

이젠 나이가 들어 온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지만 따스한 미소와 선한 눈을 가진 이 명배우의

연기는 볼수록 멋있다.


영화를 보면서 지난 36년간의 내 직상생활에서 보던 비슷한 상황들이

생각나 혼자 미소짓곤 했다.

팩스가 나오기 이전에 서류 하나 만들어 공공기관에 등록하기 위해 애쓰던 일,

영문 레터를 작성하여 결재 올리면 내용전달보다도 단어 스펠 틀렸다고 트집잡는 상관들,

부하들에게 일을 독려해 놓고 잘못되면 책임을 부하들에게 물리는 상관들.


대중에게 인기없는 영화를 관객없는 객석에 홀로 앉아 몰입하는 것이 즐겁다.

영화는 늘 볼 때마다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즐겁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 영화속 내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페르노  (0) 2016.11.10
고산자 대동여지도  (0) 2016.09.09
플로렌스  (0) 2016.08.24
마가렛트 여사의 숨길수 없는 비밀  (0) 2016.08.19
덕혜옹주  (0) 201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