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영화속 내생각

고산자 대동여지도

carmina 2016. 9. 9. 16:39



2016. 9. 9


세상은 미친 자에 의해 변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들었다.

남들이 다 미친 놈이 아니면 뭐하러 그런 일을 하겠느냐며

빈정대지만 그 미친 놈 하나에 세상이 편하게 할 수 있다.


김정호가 그런 인물이다.

천민으로 태어나서 전국을 직접 걸어다니며 발로 그린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

이런 간단한 사실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이다.


이런 김정호의 역사를 소설로 쓴 이가 유명한 작가 박범신씨다.

그런 것이 소설가의 역할일 수도 있다.

고서에 나오는 한줄짜기 글 하나가 가지고

그들은 온갖 것을 그럴듯하게 추리해 내고 아주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이 김정호의 일생과 100프로 맞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누가 그렇게 추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교과서내용밖에 모를 것이다.


이야기는 1811년 홍경래의 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경래가 난을 일으켜 농민들을 군사화시켜 한양을 향해 갔지만

제대로 된 지도가 없어 모두 가는 도중 산에서 겨울을 만나 동사하고 만다.

이때 김정호의 아버지가 죽은 것으로 되어 있지만

굳이 김정호의 아버지가 아니라도 그 당시는 그게 아버지 세대의

일반적인 사건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도에 관심있던 김정호가 몇 십년동안

상세한 지도를 만들며 한반도에 천주교가 들어오고 많은 천민들이

조정의 박해정책으로 모두 순교당한다. 그 또한 영화의 큰 축을 이룬다.


영화 속에 김정호는 손수 만든 지도를 오로지 국민들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랬지만 외세의 침입을 극히 두려워하던 흥선대원군은

지도가 적의 손에 넘어가면 커다란 전략적인 약점이 될 수 있으므로

지도배포를 금하는 과정에서 김정호와 마찰을 빚어 김정호가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김정호는 지도를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적을 쳐부수고 폭도들을 진압하는 데 도움이 되며,

평시에는 정치를 하고 모든 일을 다스리는 데 이용하도록’ 이름을 대동여지도라

붙이고 긴하게 사용되기를 바랬다. 한문의 여(輿)는 수레를 뜻하며

동쪽의 큰 길을 기록한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대동여지도 목판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

미래를 보는 파이어니어의 정신과 정권과 타협하기 싫어 목판지도를

최후까지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상깊다. 


이 영화를 보면 우리나라 여러 곳의 풍경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첫 장면부터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 한국의 곳곳의 아름다운 산하가 화면에

가득하게 펼쳐진다.


영화에 슬쩍 대사까메오가 들어았다. TV의 '삼시세끼'가 연상되는 말들과 표현들.

아는 사람은 알지어다.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이야기하는 진지한 영화에

한국영화가 늘 그렇듯이 코믹한 대사와 장면들을 삽입하는 것은 도무지 내 취향이 아니다. 


대사 중 김정호가 하는 말에 공감한다.

"길에서 자유를 얻는다" 나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같다.


평일 조조 첫 상영에 넓은 극장에서 관객석에는 아내와 나 둘 밖에 없었다.

거실에서 엄청 큰 TV화면을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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