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여기저기 코스

문경새재 옛길

carmina 2016. 9. 26. 07:32



2016. 9. 23


내가 트레킹을 자주 다니는 것을 본 경상남도 상주에 사는 지인이

오래 전부터 내게 가까운 문경에 걷기 좋은 길이 있으니

꼭 오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으나 좀처럼 갈 기회가 없었는데

어제 갑자기 같이 자주 걷던 지인 부부가 문경새재 갈려는데 같이

가지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즉시 받아들였다.


아침 7시 20분 동서울터미널에서 떠나는 문경행 버스를 타니

승객은 우리 같은 여행객 몇 명과 젊은이들이 몇 명이 전부였다.


버스가 평일이라 시원하게 뚫린 길을 달린다.

역시 여행은 평일에 떠나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창밖의 푸른 산하가 가로막은 곳에 누런 곡식이 익어간다.

이런 풍경도 잠시 뿐, 곧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벌판으로 변하겠지.


동서울터미널에서 2시간 조금 지나 문경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그다지 멀리 않은 곳인 문경새재에 입구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에는 주차된 차들이 거의 없다.

새재의 입구는 여느 유명 관광지의 모습과 다름이 없었다.

선물가게, 식당. 그리고 요즘의 젊은이들 세태를 반영하 듯

유명 브랜드의 커피샵과 외식체인점이 나와 있었다.


주차장 주변의 단풍나무들이 윗부분부터 천천히 발갛게 물들고 있다.

날씨는 아직 가을이 멀었는데 나무들은 이미 가을로 접어 들었다.


마침 오늘은 문경의 이장과 동장님들의 수련대회가 있는 듯

주차장위 공터에 천막이 가득 쳐 있고 공연이 있는 듯 많은 의자도 놓여 있어

호기심에 다가 가니 포도와 바나나 등 간식거리를 준비하고 있기에

염치 불구하고 조금 얻어 먹었다.


길가의 오미자 차를 파는 상인들이 우리들에게 오미자 차를 건넨다.

아울러 어떤 상인은 오미자차가 든 작은 병을 하나 통째로 주기도 했다.


관광을 위해서인지 입구에는 각종 기념관과 기념비와 동상들이 즐비했다.

옛길 박물관을 들어갈려다가 입장료가 있기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 세워져 있는 문경 아리랑 비석에 악보가 그려져 있기에

초견으로 노래를 해보니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아리랑 멜로디다.

그런데 작곡자도 한국사람이 아닌 외국인이름으로 되어 있어 신기했다.

기록에 의하면 호머 헐버트라는 외국인은 구한말 한국독립을 위해 애쓴 선교사였다.

그가 문경새재 아리랑을 작곡한 것 같다.


문경새재는 예로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 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라 한다. 이전에 영남지방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이 곳을 넘었다.


원래부터 이렇게 길이 나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길이 넓고 평평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문경새재 트레킹 코스의 거리를 보니 주차장 입구에서 제1 조령관문부터

제 3 조령관문까지 약 6.5키로 정도이고 왕복 13키로정도다.

대충 시간상으로는 4시간에서 5시간 거리다.


입구의 넓은 공원에 문경의 특산물은 사과모형을 많이 전시해 두었다.

이 곳에 오기 위한 버스내에서 길가에 주렁 주렁 열린 사과밭이 있었다.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사과 모형의 의자에 앉아 쉬기도 했다.


승용차 왕복이 가능한 넓은 황토길의 옆에는 큰 계곡이 있고

기괴한 바위들이 길을 따라 있어 걷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계곡물 외에 오른 편에 작은 수로를 만들어 물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 시원함을 주었다.

상식은 없어도 한눈에 계곡의 물이 1급수로 인정할 만큼

깨끗한 물 속에서는 치어들이 몰려다니고 있고, 조금 큰 치어들은

공중으로 솟구치기도 했다.

친구가 흙 한 줌을 물 위로 던지니 작은 치어들이 순식간에 몰려 들었다.


 이 길은 등산복장을 입은 사람보다 평상복으로 걷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포항에서 수학여행온 중학생들이 제 3관문까지 다녀 오는지

지속적으로 내려오며 재잘거리는 소리는 맑은 물소리만큼 좋았다.


걷기 편하게 만들어 놓은 황톳길보다는 자연미가 있는  

나무들 사이를 걷는 흙길이 좋아 계곡 옆의 길을 걸었다.

이 곳에서 몇 개의 드라마 촬영이 있었는지 촬영 세트장이 있어

사람들은 그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문경새재 옛길이 유명한 것은 맨발로도 걸을 수 있다는

안전함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래서 입구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곳이 별도로 있었다.


길은 유지보수를 지속적으로 하여 움푹 패인 곳에는

즉시 새 흙을 부어 놓았다.

마치 비오고 난 뒤 패인 아스팔트도로를 메꾸듯이..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곳에서 자전거나 동력이 있는 것들을

다니지 못하게 하니 길이 보존되는 것 같다.

워낙 길이 평평하니 자전거나 스케이트 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충분히 탐을 낼만한 길이다.


길의 한쪽에는 역사적인 장소들을 모두 복원해 놓았다.

과거보러 가는 사람들이 묵는 곳, 경상도로 부임한 관찰사들의 공적비,

행정을 보던 건물들, 등등.


길을 걷다가 흐르는 물속에 발을 담그고파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을 집어 넣었더니 도무지 발이 시려 1분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물이 차가웠다.


길이 이런 넓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른쪽으로는 옛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다니던

길을 표시해 놓았지만 누구도 그 길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아마 그 곳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 같았다.


한없이 평탄한 길.

걷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편하게 걸을 수 있는지 온갖 배려를 다 해 놓았다.

쉼터도 많고 온갖 나무와 곤충 등 야생동물에 대한 안내문

지형지물과 역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

트레킹 코스라기보다는 여느 관광지의 모습과 같았다.

그다지 힘들지도 않았고, 전혀 조심할 필요도 없었다.


학생들이 줄지어 내려오며 간혹 인사를 한다.

중학생들이라는데 키가 참 크다.

누가 인솔교사인지도 모를 정도로 아이들의 성장이 빠르다.

나와 같이 걷는 분이 교직을 은퇴한 분이라 아이들을 보는 것이

반가운지 지나칠 때마다 선생님의 미소를 짓는다.


제 3관문 가는 길에 길이 갈라졌다.

평탄하게 오르는 길과 산길로 오르는 길.

당연히 원하는 산길로 올랐다.

어느 부부가 길에서 땅을 헤집고 있기에 바라보니

잣방울을 하나 주워 까고는 떨어진 잣을 줍고 있다며

우리에게 맛보라며 한웅큼 집어 준다.

   

소원성취탑이라며 이름 붙인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커다란 돌무지 위에

돌부처가 올려져 있다. 그냥 빌면 될까? 될지도 모르겠다.

기독교인들이 기도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처럼...


3관문까지 올라가 지인이 가지고 온 얼린 막걸리 한 잔과 간식을 먹고 있는데

MBC 마크를 단 차가 오더니 커다란 드론을 꺼내 놓는다.

방송에서나 보던 드론을 실제로 보았다.

의자 정도의 크기에 리모콘으로 운전해 드론을 하늘 높이 날렸다.

아마 이 곳의 역사적인 테마를 촬영하는 듯..

드론은 순식간에 하늘 높이 치 솟고, 붕붕소리가 공중에 가득찼다.

촬영을 다 한 듯 드론이 내려오더니 마치 옷을 접듯 차곡 차곡 접어서

박스에 넣는다. 참 놀라워진 세상이다.

이전에는 이런 것을 헬리콥터를 타고 촬영을 하는 번거로움을

간단히 해결해 버렸다.


급하지는 않지만 긴긴 길을 내려오다가

어떤 이가 신발을 벗고 내려가기에 나도 벗어 보았다.

땅은 평탄했지만 아주 작은 돌멩이들이 발바닥에 박혀 아프다.

이것도 해 본 사람만 하는 것일 것이다.

다음 주에 제주도 올레길 가는 계획에 발 때문에 문제가 있을까봐

조금 걷다가 그만 두었다가 나중에 거의 도착할 때 쯤

흙의 성분이 조금 달라지고 부드러워 진 것 같아 다시 벗고 걸어 보았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발이 화끈거린다.


길이 끝나는 곳 쯤에 어떤 이가 이동용 손풍기를 들고

길을 바람으로 청소하고 있다. 아마 사람들이 맨발로 다닐 수 있도록

길에서 작은 돌들을 치우는 작업인 것 같다.


늦은 점심을 주차장 인근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석쇠불고기와 더덕구이를 시켰는데

삼겹살이 먼저 정갈하게 구워 나오기에 보기 좋아 사진을 찍었는데

조금 이따 양념섞인 더덕구이를 구워와 우리에게 동의도 없이

고기 위에 그냥 엎어 버린다. 갑자기 음식이 지저분해졌다.


사람들 별로 많지 않은 귀경 버스로 올라오는 길에

건국대학 글로칼 분교앞에서 늘씬한 아가씨들과 청년들이 

가득 버스를 메웠다. 내 옆에 앉은 청년은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스마트 폰으로 게임만 하고 있었다.


문경새재 트레킹 코스는 그냥 편하게 다녀 올 수 있는 길이다.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















굳이 장비도 필요없고, 등산화도 필요없고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

주차장의 넓이로 보아 주말에서는 인산인해를 이룰 것 같으니

호젓하게 걷기에는 평일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