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음악과 삶

모테트합창단과 함께 한 2016 메시아 싱어롱

carmina 2016. 12. 23. 16:41

2016. 12. 22


연말이면 캐롤과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 어울리듯

내게는 매년 이맘때면 헨델의 메시아 전곡를 부르는 즐거움이 있다.

그것도 예술의 전당에서, 악보를 보고 선 채로 노래한다.

비록 무대 위는 아니지만 객석에서 지휘자의 지휘에 맞추어

나름대로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메시아 전곡을 무대 위에서 부른 경험이 3번 있으니

이제는 비록 평소에 연습을 안해도 악보를 보면 거의 모든

곡을 반주만 있으면 무리없이 따라 할 수 있으니

서울모테트 합창단이 매년 계획하는 메시아 싱어롱에

참가하는 연말 행사가 기대된다.


누구와 같이 가자고 하기에는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늘 혼자 악보를 끼고 찾아가는 예술의 전당.

오늘도 변함없이 혼자 노래하려니 하고 찾아 갔는데

오래전 합창단을 같이 한 선배를 우연히 만났고

지난 봄 산티아고 까미노에서 몇 번 길에서 마주치고

완주하는 날 우연히 한인민박집에서 같이 묵었던 여자 분이

보이기에 물어보니 오늘 테너 솔리스트가 자신의 다니는 교회의

지휘자라 한다.


매년 나비넥타이를 매고 노래했지만 올해는 왜인지

그냥 이것도 일상이려니 하고 평범하게 입고 나섰다.


메시아 싱어롱 초창기에는 베이스 테너도 인원이 제법 많았는데

요즘은 소프라노나 앨토인원의 4분의 1도 안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연주의 특징은 이전까지는 그냥 스킵했던

몇 곡이 추가되었으며 나도 3번의 연주에 불러 보지 않았던 곡을

불러 볼 기회도 있었으나 현장 연습이 없었기에 버걱거려야만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유난히 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린다.


메시아 서곡을 연주와 처음 테너 솔로부분을 노래한 후

처음 싱어롱 합창을 하기 전에 발성연습을 간단히 하는데

소프라노의 소리들이 참 건강함을 느꼈다.

반면에 베이스파트는 나이든 사람들이 많아 음정없는 소리와

바이브레이션이 상당히 많이 들렸다.


지휘자 박치용씨는 객석에 있는 합창단원들에게 너무 무리하게

큰 소리를 내지 말것을 사전에 주문했다. 특히 메리시마는 더욱 강조했다.

어느 교회 성가대에서나 보편적으로 찬양하는 첫곡 '주의 찬양'이

시작되고 우렁찬 합창이 시작된다.

문제는 7번곡인 '깨끗게 하시리라' 부터 시작되었다.

지휘자는 이 곡을 부르기 앞서 특별히 각 파트 연습을 시켜 보았다.

물론 만족하지 않겠지만 그냥 웃어 주었다.

테너는 연습 한 번으로 족했지만 베이스는 몇 번이고 연습시켰다.

멜리시마가 들어간 곡이라 여기 저기 박자가 안맞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간다.

그러나 이런 것이 싱어롱 아니겠는가?

묻어가는 노래들의 합창. 나도 어릴 때 부터 그렇게 노래를 배워왔다.


지휘자는 매 곡마다 종교적인 배경과 곡의 구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참 바람직한 모습이다. 어느 교회 지휘자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내 앞에 앉아 있는 연인인지 부부인지 모르지만 젊은 남녀 둘이

테너석에 둘이 앉아 여자는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다.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남자. 그것도 이런 어려운 합창을 할 줄 아는 남자라면...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여자는 큰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지 않는 남자를 향해 쉴새없이

조그만 목소리로 종알거리고 있다.

유심히 보니 여자는 이 곡들을 모두 잘 아는 것 같다.


1부 예언과 탄생편이 끝나고 2부에 들어서는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에 대해

마이크를 잡고 청중을 위해 많은 것을 강조했다. 곡중 어느 부분이 높은 파트로

되어 있어 어느 부분이 왜 낮은 멜로디로 되어 있는지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이런 설명이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의 해석이다.

나도 부족하지만 내가 교회에서 성가대를 가르치기 전에 이런 부분을 강조한다.


2부 수난에 24번곡인 '진실로 주는 우리 괴로움을 맡으셨네'과

41번 곡인 '우리가 그 결박을 끊어버리자'도 이전까지는

그냥 넘어가거나 무대 위의 합창단만이 노래했는데 이번에는 비록 어렵지만

다 같이 해 보는 것이 의의가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곡들은 빼 놓지 않았다.


특히 할렐루야는 자막을 띄워 누구나 다 서서 부를 수 있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 곡인 아멘송도 앞 부분을 모테트합창단이 하고 뒷 부분은 싱어롱으로

하기로 예정되었었는데 처음부터 합창단이 같이 하는 지휘를 했다.

다행하게도 이 곡은 템포를 아주 많이 느리게 해 모두 정확한 박자와 음으로

노래하여 감동의 대합창을 이루어 내었다.


모두 마친 후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냈다.


구경꾼이 아닌 노래하는 사람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도 그렇듯이

나이든 분들이 메시아 싱어롱에 참가할 정도면 적어도

평생 찬양하며 사는 사람들이리라.


같이 입을 열어 찬양한 모두에게 영광과 축복을...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