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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와 함께 한 남도여행 - 여수

carmina 2017. 3. 21. 14:30

 

 

 

 

 

2017. 2. 25

마을 버스가 파란 바다가 어울리는 여수로 진입하는데 낯익은 공장건물들이 보인다. 이 곳은 LG그룹의 거대한 정유시설이 있고 큰 산업단지 시설들이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은 우리 나라가 정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라면 보통 사람들은 이해를 못할 것이다. 이 곳에서는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찌꺼기를 다시 정제하여 휘발유 및 각종 석유제품의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 시설이 있는 곳에 다른 관련 시설공장들이 있어 커다란 공장지대가 만들어 진다. 2년 전 이 곳에 그런 시설을 건설하는 영업을 위해 몇 번 방문했었다.

여수에 도착해 제일 먼저 일행의 지인이 운영한다는 궁중타래옥빙수집을 찾았다. 인사동에 가면 궁중타래를 만드는 곳이 몇 개 있어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이 곳 궁중타래 옥빙수에도 그 타래가 들어 있다. 아직 추운 날씨인데 빙수라.. 조금 격이 안 맞지만 빙수를 먹어보고는 그 맛에 반해 버렸다. 빙수를 얼린 돌그릇에 담아 수북하게 담아 내는데 그 모습에 우린 그만 기가 죽어 버렸다. 빙수가 나오기 전에 내온 치즈 떡볶이와 작은 붕어빵으로 입안을 따뜻하게 만든 뒤 먹은 빙수는 그야말로 찜질방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짜릿함이 있었다.


이 곳에서 일행 중 한 명이 합류했다. 개인 일정으로 늦게 서울에서 출발하여 오늘 도착한 아로마 테라피스트. 어떤 이는 이번 여행에 큰 트렁크를 가지고 왔고 어떤 이는 어린애 키 만큼이나 큰 배낭, 청년은 그저 하루 소풍가듯이 간단한 배낭을 챙겼는데 이 분 또한 보름의 여정에 하루 간단한 소풍을 떠나는 정도의 작은 배낭을 가지고 온 것이 늘 여행을 준비하며 떠나는 내게는 몹시 신기했다. 이런 것도 이번 여행에서 배울만한 일이었다. 사람사는데 굳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데 우린 너무 걱정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여수 바닷가로 나왔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따뜻한 봄기운이 모락 모락 피어 오르는 바닷가를 즐기고 있다. 바닷가 커다란 바위 위에서 우린 모두 또 다시 공중부양했다. 우리도 바닷가 끝으로 산책을 하다가 길가의 어느 허름한 집 담장위에 핀 매화를 보고 반가움에 모두 셔터를 눌렀다.

 

바다에서 막 걸어 나오는 해녀복을 입은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커다란 양동이안에는 시커먼 해삼들이 가득했다. 호기심 많은 우리들은 그 짭쪼름한 바다물 냄새가 나는 해삼을 통째로 씹어 먹고는 그 맛에 반해 즉석에서 2만원어치를 달라했더니 검은 비닐봉투에 가득 담아주셨다. 이 정도면 시중에서는 얼마나 할까? 무언가 수지맞은 기분이다. 정말일까?

해넘이를 보자며 돌산공원으로 찾아가는 도로는 거의 주차장이었다. 돌산공원까지 올라가는 도로는 통제되었기에 해변가에 주차시키고 걸어 올라가니 찬 바람이 강하게 분다. 아직 해가 질려면 시간이 있지만 오늘은 날씨가 조금 흐려서인지 아름다운 풍경은 없을 것 같다.



혼자 배낭을 매고 사진을 찍고 있는 아가씨에게  우리 일행들을 소개하고 혼자 여행한다면 오늘 저녁 우리 숙소에 와 같이 저녁을 즐겨도 좋다고 말하며  연락처를 건네었지만 나중에 멀어서 못 온다고 연락이 왔다. 혼자 여행할 때 누군가 얘기 상대가 되어주고 낯선곳이지만 초대해 주면 기분이 좋다. 우리도 모두 홀로 여행하는 사람의 입장에 서 보았기에 그런 심정을 잘 알고 있다. ​여행은 낯선 풍경만을 보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은 낯선 사람의 세계속에 들어가 함께 소통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노을이 진다. 조용히 노래를 불렀다.

노을이 물드는 바닷가에서

줄지어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지난 날에 못다한 수 많은 꿈을

남모르게 달래보는 허전한 마음...

 

 

 

 

내 인생의 많은 날들을 홀로 여행하며 바닷가에 서 있었다.

​매일 보는 석양이지만 바다에서 보는 노을은 늘 새롭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

​하루 하루가 매일 다른 날을 꿈꾼다.

낯선 곳에 낯선 방, 낯선 아침. 낯선 사람들.

그런 것을 좋아하는 나는 필시 타고 난 여행자임이 틀림없다.

  

바닷가 도시에 왔으니 회를 먹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으로 여수 해상터미널 앞에 있는 수산시장을 찾아 와글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광어회를 샀다. 매운탕 용으로는 통상 회를 뜨고 난 생선을 주는데 우리에게 특별한 배려인지 별도로 우럭 몇 마리를 손질해 챙겨주셨다.

 

 

새로 지은 듯한 숙소에 여장을 풀고 얼른 세탁기부터 돌렸다. 능숙한 솜씨로 해삼을 손질해서 차려 오고 박스에 넣어 준 싱싱한 회의 맛은 천하 일품이었다. 무척 많을 줄 알았던 회가 밑바닥을 보이고 우린 긴 밤이 아쉬워 둘러 앉아 노래를 하고 게임을 즐겼다.

여수 둘쨋날.

내 여행에 늦잠은 없었는데, 이번 여행에 일행들은 늦잠이 많았다. 여행은 물론 자유로웠지만 늘 나만의 여행은 Early Bird였다. 누군가는 그랬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그러나 일찍 일어나 새한테 먹히는 벌레의 신세는 어찌 되느냐'고 항변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은 무언가 잃어버리는 원인이 될 수 도 있다. 여행 중 일찍 일어나면 여유와 자유로움을 잃어 버린다. 나의 이런 습관은 평생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늦잠을 자느라 지각이라는 것을 해 본적이 없는 ​나이기에 이런 습관은 휴일도 마찬가지이고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좁은 방안에 비치된 탁구대를 펴고 몸을 움직여 보지만 예전같지 않았다. 한 때 탁구장에서 미치도록 뛰어 다닌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몸의 움직임이 둔화된 것을 모르고 마음만 앞서가느라 자꾸 헛손질하고 탁구라켓만 자꾸 글립을 바꾸어 가며 시도해 본다.

늦으막하게 아침을 준비해 먹고, 우린 강진으로 가는 여행길에 올랐다. 늘 차에 올라 가는 길에 어디가 좋은지 서로 의견을 물었다. 순천만을 비롯한 여러 곳의 명승지가 추천에 올랐지만 대부분이 순천의 낙안읍성에 한 표를 던졌다. 해미읍성을 가본적이 있긴 하지만 낙안읍성은 처음이고 많은 지인들이 추천하는 곳이 나도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낙안읍성에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로 유명한 관광지라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매표소에서 우리 일행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는지 나이 드신 해설사가 안내를 도와주었다. 다른 지역의 전통 읍성과 달리 낙안읍성은 주민이 약 100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통상 그냥 지나치며 보아왔던 건축물들이 각종 풍습, 신분과 제례 및 방문자의 목적에 따라 달리 사용되는 것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엄격한 전통이 새삼 다시 보게 된다. 

해설사의 설명이 지루했는지 다른 일행들은 한 두명씩 떨어져 나갔고 해설사도 인원이 적으니 어느 정도까지 하고 돌아가 버렸다. 우리 일행의 관심들은 읍성의 역사나 건축물보다는 사진찍기에 더 열심이었다. 비단 이 곳 뿐만이 아니라 요즘의 관광지에서는 주로 추억을 담기 위한 사진이 여행의 시작이고 끝이다.


 

오래된 초가집 마당에 이전 생활에 쓰던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하나 하나 만져보며 무엇에 쓰던 물건인지 서로 추측해 보았지만 어떤 것은 아무도 용도를 몰랐다. 이런 집들 구석 구석에 유명 연예인들이 방문했었다는 사진이 빛 바랜 채 걸려 있다. 어떤 집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었고 무쇠솥에 물이 끓고 있었다. 흙집은 사람이 살지 않아 온기를 잃어 버리면 천천히 무너지지만 아무리 오래된 흙집이라도 사람이 살고 있으면 저절로 무너지지 않는다.

 

 

 

 

 

읍성의 후면 성곽을 산책하며 내려다 본 읍성의 전경은 마치 한국의 풍경화 한 폭을 보는 것 같았다. 읍성안의 여러 집들은 각 가옥마다 여러가지 용도가 있었다. 베를 싸는 집, 물감을 들이는 집, 도기를 만들고 대장간과 점집, 등등 다양했고 모두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았다. 성곽 바로 아래 국악을 하는 집에서 우리의 열정에 불이 붙었다. 마루에서 개량한 복을 입은 주인이 북을 치며 가끔 소리를 하고 있었고 우리가 그 소리에 괭가리, 북, 등을 들고 같이 춤을 추었다. 처음에는 소극적이던 주인도 차츰 흥미를 느꼈는지 사양하던 북을 잡았고 나는 민요를 불렀다. 아마 이 곳 각 가옥에 대한 이벤트도 관광객들의 흥미가 없으면 사라지는 듯 각 가옥마다 방명록이 준비되어 있다.  대장의 구수한 입담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우린 한데 어울려 마당에서 각종 농악춤으로 난장을 벌였다. 주인은 너무 기뻐했고 우리가 시간이 없어 그 곳을 떠나가니 연신 우

리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주며 최고라며 즐거워했다.

 

낙안읍성을 나와 이곳까지 왔는데 보성차밭은 가야한다는 공통된 의견으로 대한다원을 갔지만 입장료가 부담이 되니 모두다 같은 소리를 했다.

'나 여기 들어가 봤어'

대신 차밭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멋진 삼나무 터널을 배경으로 본격적인 단체사진과 개인 촬영이 이루어 졌다. ​전문 사진작가는 우리 모두를 그럴듯한 모델로 만들어 놓았다. 위치와 표정과 시선과 감정까지 담아 낸 멋진 사진 작품들이 이 곳에서 탄생되었다.


 


차밭을 나와 진행하다가 오른편 위에 멋진 펜션이 보였다. 일행 중 한 명이 저 펜션의 주인이 세계 일주를 한 사람이라 해서 우린 무조건 그 곳으로 올라갔다. 골망태 펜션. 올라가는 길에 어떤 이가 차를 세워 놓고 작업을 하고 있어 더 못 올라가니 중간 언덕에 차를 세우고 바로 아래 달팽이같은 무늬를 본 때 만들어 놓은 작은 차밭의 모습이 이색적이고 이 작은 곳에 사진박물관까지 있어 우리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주인을 만나러 걸어가니 아까 길을 막았던 분이 내려 오기에 우리 일행을 소개했더니 일하느라 신었던 장화를 벗고 우리를 사무실로 안내하는데 사무실이 토굴을 깊게 수평으로 파서 만든 이색적인 곳이다.

 


주인은 이 곳에 펜션을 자기 손으로 짓고 이 토굴 사무실도 몇 년동안 직접 파서 만들었다. 그렇게 펜션을 운영하다가 훌쩍 떠나 세계여행을 하고 다시 돌아와 차도 키우며 차와 관련된 상품과 각종 고추장 된장 들을 직접 제조해 판매도 한다. 그가 내 주는 따뜻한 녹차와 이 펜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린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이 펜션은 여행을 즐기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라 한다. 주인은 우리보고 돌아가는 길에 꼭 이 곳에서 하루 묵기를 원했지만 우리의 일정이 여의치 않아 포기해야만 했다. 다음에 개인적으로 가 볼만한 곳이다.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

(내용 중 일부는 일행이 찍은 사진들을 인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