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 내가보인다/여기저기 코스

마곡사 솔바람길 (백범명상길)

carmina 2017. 3. 29. 22:22




2017. 3. 29


깊은 산중의 봄은 아직 멀었다.

그리 높지도 않은  마곡사 뒷산을 올라가는데 그 어디에도 봄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봄은 오히려 도시에 가득했고 낮은 지역의 마을에 지천으로 떨어진 동백꽃잎같이 깔려 있었다.


마음길 도보여행 까페에서 주관한 버스여행 중 공주 마곡사 솔바람길 걷기에 동승했다.

평일이라 도심에서 공주로 빠지는 길은 한산했다.

7시반에 고속터미널 앞에서 인원을 가득 채워 출발한 버스는

불과 2시간 만에 공주 마곡사에 도착했다.

요즘은 고속도로를 신설한 곳이 많아 섬 빼놓고는 어느 곳이나 하루에

다녀올 정도로 교통이 편해졌다.

마곡사는 오래 전 혼자 여행을 위해 잠깐 와 봤던 곳이나

주차장 주위를 제외하고는 많은 곳이 변한 것 같다.


백범 김구선생님이 젊은 시절 독립운동차 일본 장교를 살해 후 자수하고

사형선고를 받아 인천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도망 쳐

이 곳 마곡사로 숨어 들어 승려생활을 하며 지냈다.

이 곳에 그가 기거하던 백범당이라는 조그만 집이 있다.

그리고 인근 산행을 백범명상길이라는 트레킹 코스로 만들어 놓았다.



눈에 익은 주차장에 버스를 세우고 우리는 우르르 내려 

리딩하는 이가 40분 정도만 올라가면 능선을 따라가는 평평한 길이라며

앞장을 섰다. 


마곡사의 입장료는 일반인 3000원인데 경로자, 국가유공자, 그리고 조계종 신자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단다.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계곡 옆에 네델란드의 어느

마을에서 봄직한 학교 건물이 오색으로 칠해져 시선을 끈다.




우선 입구에서 지도를 확인했다.

전체 3코스까지 있는데

1코스는 백범길로 마곡사-김구선생삭발터-군왕대-마곡사로 돌아오는 3km 로 50분이 소요되며

2코스는 명상산책길로 주차장- 천연송림욕장-백련암-활인봉-생골마을-마곡사의 5km로 1.5시간

3코스는 등산풀코스로 송림숲길로 명명하고 마곡사-천연송림욕장-백련암-나발봉-전통불교문화원

-군왕대-마곡사로 돌아오는 약 10km로 3시간 50분 정도 소요된다.


우리는 그보다 먼 천연송림욕장-백련암-활인봉-나발봉-전통불교문화원-삭발바위-마곡사로 돌아오는

코스를 정했다.


마곡사는 내려오는 길에 보기로 하고 옆길로 백련암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을 택해

처음부터 경사가 있는 천연송림욕장의 언덕길을 오르다가 다시 내려간 후 백련암으로

치고 올라갔다. 처음에는 이 정도 올라가면 더 많이 오르지 않겠지 하고 

백련암에 도착해 잠시 쉬고 공주 태화산 줄기인 활인봉으로 올라가는데 경사가 급해진다.



백련암 근처에 한가지 소원을 꼭 들어준다는 마애불기도처 앞에

사람들이 간절히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고 목례를 하고 있다.

내 소원을 무엇일까?

내 기도는 무엇일까?

아마 지금의 내 모습을 오래 오래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걷고, 여행하고, 글쓰고, 음악을 즐기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일 것 같다.



길은 올라가기 쉽게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실은 나무계단을 오르는 길이 다리를 더 힘들게 한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가고 겨우 해발 425m의 활인봉으로 올라가

간식을 나누어 먹고 다시 나발봉으로 향하는 길이

능선으로 계속되어 이제는 힘들일이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활인봉보다 높이가 낮은 해발 417m의 나발봉으로 가는 길은

오르락 내리락 언덕길이었다.



사람들이 그 길에서 힘들게 올라가고 허리를 숙이고 힘들게 올라오고 있다.

구비 구비 돌아가는 언덕길에서 화려한 등산복들의 행렬이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곤 했다.



이 길은 솔바람길이라고 명명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오솔길 주위는 완전히 자생으로 자라난듯한 소나무들이 빼곡하다.

바닷가 해안에 바람을 막기 위해 심어 놓은 소나무들하고는 사뭇 다르다.

그리고 다른 산에 심어져 있는 곧게 뻗은 수입종인 리기다소나무하고 또 다르다.

이 곳의 소나무들은 거의 모두 국내 토종 소나무로 보인다.

소나무 숲에는 다른 나무들이 자라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다.

소나무들이 주변에 솔잎을 떨어뜨려 싹이 나라면 다른 나무들이

거의 틈을 비집고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곳은 소나무 재선충 관리도 잘하는 듯 모든 소나무에 일련번호가 붙어 있다.

물론 어느 곳에서는 잘려진 나무들이 뒹굴고 있긴 했다.



활인봉에서 거리상으로 그다지 멀지 않은 나발봉에 도착하니

거의 2시간 반 정도 산행을 한 것 같다.

숲에 꽃이라도 많이 피었으면 사진찍는다고 진행이 늦어지고

핑계김에 천천히 걷게 되는데 오늘은 그 넓은 숲에

어쩌다 본 생강나무에서 핀 노란 꽃 몇 송이만 보일 뿐이었다. 

점심때가 되었으나 공간이 부족해 나발봉에서 내려 오는 길에

적당한 곳에 흩어져 옹기 종기 앉아

진행팀에서 아침에 버스에서 나누어 준 찰밥과

각자가 싸온 반찬들을 꺼내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식사 후 바로 급한 경사를 따라 하산하면서 생각하길

만약 우리가 역방향으로 걸었다면

아마 오늘 나이든 사람들이 쉽게 올라가지 못했을 정도로

거의 초주검의 등산이었을 것이다.


내려 오는 길은 거의 구비가 별로 없는 직선길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진행팀이 놀랄 정도로 산행을 일찍 마쳤다.



마곡사를 천천히 산책했다.

언젠가 왔을 때는 마곡사 마당에 빨간 상사꽃 몇 송이가

도도하게 허리를 들고 서 있어 사람들이 피해가라며 비켜주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 마당에 사람들 발길에 건조한 흙먼지만 일고 있다.



마곡사 경내에 이상한 오층석탑이 있다.

오층석탑까지는 일반 사찰의 그 것과 같은데

그 위에 네팔에서나 볼 수 있는 라마교의 철탑이 올려져 있다.

그리고 오층 석탑 귀퉁이에 풍경도 하나 달려 있다.

석탑에 매달린 풍경이라...

석탑위에 철탑이라..

당시에서 획기적인 건축이었지만 요즘은 이런 것을 퓨전이라 한다.



마곡사 경내에 아직 나무에 꽃이 피지 않았으니

연꽃이라고 피워야 겠다고 생각했는지 나무에 종이로 된

연꽃을 가득 걸어 놓았다.

이런 것도 퓨전이라 한다.


공주하면 생각나는 것이 공주막걸리다.

종각근처에 열차집이라는 부침개와 전이 주 메뉴인

오래된 식당이 있는데 그 곳에서는 우리나라의 각 지방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를 종류별로 갖추어 놓고 있다.

직장다닐 때 직원들과 그 곳을 방문해 그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이

공주 밤막걸리였다. 살까 말까 무척 망설이다가 그냥 버스에 올랐다.

같이 나누어 마실이가 없으니 술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기에..


짧은 트레킹. 그러나 제대로 운동한 오늘의 여정이다.

내일 계단 내려갈 때 고생 좀 해야 할 것 같다.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