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30
하늘 참 파랗다.
도심보다 강화도의 하늘은 유난히 더 파랗다.
아마 자연의 푸르름이 하늘에 투영된 까닭일 것이다.
토요도보의 리더가 일이 있어 대신 리딩하는 날.
어느 코스를 걸을지 고민하다가 지난 몇 달간의 토요도보 통계를 보니
5코스를 걸었던 날이 오래 되어 고비고개길을 정하고
나들길 카페에 게시하니 호응이 적다. 8명?
그런데 실제로 모이고 보니 13명으로 늘었다.
세멘트길을 배제하려고 늘 청련사입구부터 걷던 길을
오늘은 국화리 저수지 둑을 걷고파 강화고등학교부터 걸었다.
저수지 둑에 오르니 파란 수면이 하늘인지 하늘이 저수지 수면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파란 면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둑위를 걷고 물가 나무데크를 걷는데 어떤 이가 그물체로 고기를 잡고 있다.
그런데 잡아 놓은 붕어들이 팔뚝만하다. 누군가 지금 붕어 산란철이라 한다.
그리고 누군가 외치는 소리. 우와~~~ 이것봐. 이것봐.
물속에 잠겨있는 수초들 근처에 흙탕물이 거세고 일고 있고
그 곳에 정말 팔뚝 아니. 다리통만한 고기들이 뭉쳐 서로 맴을 돌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까지 물고기들이
마치 깊은 바다에 있는 심해어들처럼 떼를 지어 헤엄치고 있다.
이제껏 강화도의 여러 저수지를 다녔어도 이렇게 큰 물고기를 본 적이 없다.
날씨가 곧 더워지니 길을 걷다가 몇 백년 된 느티나무 밑에서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새로 온 여자분과 이야기를 하던 중
산티아고를 2번이나 다녀왔다는 베테랑을 만나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낙엽이 겨우내 사람들이 많이 밟고 다녀 와삭하고 바삭거리는 소리가 사라졌다.
대신 하늘을 바삭거리는 것들이 화려한 색깔의 꽃을 가진 개복숭아나무들이다.
매화꽃이 지나 간 숲속에 매회보다 더 찬란하게 빛을 내고 있다.
살짝 땀이 날 정도로 언덕까지 올랐을 때
지난 주까지 진달래 축제로 한몫 챙겼던
간이 매점이 철시하려는 듯 짐을 정리하고 있고 그 주위엔
철 지난 고려산 진달래꽃을 보고 싶었던지
이른 아침부터 산행을 끝낸 등산객들이 여기 저기에서 내려 오고 있다.
지난 3주동안 수많은 등산객으로 몸살을 앓았던 산들도
이제 봄비를 맞으며 서서히 치유될 것이다.
오솔길 수풀을 밟는 촉감이 좋다.
그 사이 무언가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오솔길을 따라 하얀 플라스틱 파이프를 심어 놓은 것들이
여기 저기 깨져 있어 또 다른 산중 쓰레기를 만들어 버렸다.
누군가 치울려면 한참의 세월이 지나가야 할 것 같다.
바야흐로 5월은 나들길에서는 산딸기와 오디의 게절이다.
매년 이 길을 지나다니며 어디에 산딸기들이 있는지 잘 알기에
이제 막 자라고 있는 산딸기 잎들을 한 번 어루만져 주었다.
숲 속 길 끝에 소축사의 냄새가 역하기보다는 오히려
모진 역병에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지나친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밝은 햇빛에 유독 더 깨끗해 보이는 세멘트길을 걷는 즐거움도
오늘은 남 달랐다. 멀리 산에 선명하게 보이는 올 봄에 새로 자란
파란 이파리들의 거대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겨우내 말랐던 논 바닥을 모두 쟁기로 갈아 엎어져 봄을 준비하고
지난 가을에 미처 수확하지 못하고 말라 붙어 달랑거렸던 감들도
이젠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길가의 예쁜 주택들도 집 주위에 심어 놓은 영산홍과 철쭉꽃들이
화려하게 만발하여 내 카메라의 관심을 끌었다.
세멘트 길을 걸으며 뜨거웠던 바람이 적석사로 올라가는 갈림길에
들어오니 시원하다못해 강한 숲바람이 불어 우리들의 땀을 식혔다.
모두의 입에서 터지는 환호... 좋다..
오상리 고인돌 벤치 옆에 있는 나들길 스탬프 박스 안에서 놀던
작은 청개구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숲을 지나 내가 저수지 쪽으로 다가가다가 모두 깜짝 놀랐다.
저수지가 마치 바다가 만조되어 출렁거리는 것 처럼
물이 이전에 한번도 보지 못했던 수위까지 가득차 모두
입이 벌어졌다. 누군가 이 물이 한강에서 끌어 온 것이라며
주장하기에 나는 아닐 것이라고 내기했다가.... 졌다.
지난 해 극심한 가뭄으로 대통령이 강화에 와서 양수기로 물을 대는
행사를 가진 뒤 한강의 물을 끌어서라도 농사에 지장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를 실현시킨 것이다. 당시 내가면 저수지는 거의 바닥이 다 보이고
남은 물고기들이 겨우 수면에 입을 내 놓고 뻐끔거려 보는 우리들을
안타깝게 했었다.
점심은 봄봄이라는 내가저수지 둑끝에 있는 곳에서
맛있는 들깨칼국수, 바지락 칼국수, 주먹밥, 국수 그리고 청국장으로 즐기고
덕산휴양림으로 올라가니 그간 공사하느라 지저분했던 길이
이제 말끔히 포장되어 있다. 이 길은 강화도와 석모도를 연결하는 다리로 이어져
아마 이 쪽으로 많은 차량들이 다닐 것 같다.
그로 인해 늘 우리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던 덕사휴양림의 정자도 사라지고
넓은 공간에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버려 보는 우리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더우기 휴양림길을 넘어 외포리로 가는 숲길에서 중장비로 산비탈을 파내고
숲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모두 안타까워 했다. 이래야만 하는 것인지..
빨간 말뚝이 여기 저기 서 있는 것을 보니 앞으로 더 많은 숲이 사라질 것 같다.
할미꽃이 예뻣던 누군가의 산소에 꽃이 지고 할머니의 머리칼같은 흰 잎이
돋아 이제 할미꽃의 본질을 내 보였다. 나의 흰머리도 할배꽃같이
희게 변하고 있다. C'est la vie. 이것이 인생이다.
외포리가 바로 코앞에 보이는 곶창굿당 마당에 잡풀이 많이 우거져 있다.
그리고 오랜세월을 지켜온 타이어 계단이 사라지고 튼튼한 나무계단으로
만들어 놓아 보기 좋았다.
꽃이 피고 지고, 사라지고 생기고, 떨어지고 다시 돋고,
어린 송아지가 어미가 되고, 저수지가 마르고 채워지고,
길벗들도 안보이고 새로 나오고, 우리들이 만남도 그렇게
돌고 돌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고, 자연의 삶이고, 하나님 섭리다.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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