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노래 한곡의 추억

나의 애창곡 (95) 이사 가던 날

carmina 2017. 7. 12. 13:22

 

 

이사 가던 날 (계동균 작사/작곡, 산이슬 노래)

 

이사 가던 날 뒷집아이 돌이는
각시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장독뒤에 숨어서 하루를 울었고
탱자나무 꽃잎만 흔들었다네
지나버린 어린시절 그 어릴적 추억은
탱자나무 울타리에 피어 오른다

 

이사 가던 날 뒷집아이 돌이는
각시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지나버린 어린시절 그 어릴적 추억은
탱자나무 울타리에 피어오른다
이사 가던 날 뒷집아이 돌이는
각시되어 놀던 나와 헤어지기 싫어서
헤어지기 싫어서 헤어지기 싫어서...

 

이 노래를 부른 산이슬은 내 고향 인천의 모 여고출신이라

인천이 고향인 나는 더 많이 불렀었다.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우리 학교와 골목 하나 건너편에 있는

학교인 것으로 기억된다.

 

어린 시절 내게 뒷집에 살던 같은 또래의 여자애가 있었다.

그 애는 우리 집 뒷마당에

우리 누님이 가꾸는 화단의 꽃들을 좋아했었다.

 

그러나 내게 그 애는 참 먼나라의 친구였다.

그 애의 어머니가 동네의 무당으로

동네 사람들과는 잘 안어울리기에 그 애 또한

밖에 나와 노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당시는 여자애들과 남자애들이 같이 놀지 않았다.

당시 어른들은 남자애들이 여자애들고 같이 놀면

꼬추떨어진다고 놀리곤 하셨었다.

 

가끔 그 집에 요란한 굿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그 집으로 들어가고 난 후

징소리와 괭가리 소리

그리고 손에 든 방울 소리가 점점 커지고

소리가 최고 피치를 올리면

그 애의 엄마인 무당이 드럼통 위에 작두 두 개를 올려 놓고

하얀 버선만 신은 발로 예리한 칼날 위로

막 올라 가려는 신호였다.

 

어느 해인가 그 모습이 궁금해 나도 아줌마들 치마 옆을 헤치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갑자가 무당인 그 애 엄마가 나를 보더니

"너 교회다니지? 여기 오지마." 하고 나즈막히 얘기하기에 미안하고

부끄러워 얼른 뛰쳐 나온 적이 있었다.

 

우리 집은 형제가 많아 아버님때 부터 대대로 동네 반장이었기에

고지서나 각종 알림사항을 전하기 위해

그 집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나는 그러다가 그 애 집에 세들어 사는 당시 고등학생이던 

외동아들의 손에 이끌려 처음 교회를 나갔었다. 

 

아마 내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그 애는

내가 어린 시절 부터 가장 잘 어울리던 이성이었을 것이다.

우리 집 마루에서 뒷뜰로 가는 문과 그 집의 장독이 있는

부엌의 뒷문하고 연결되어 있었고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었으니

가장 가까운 말 상대였을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그 애는 이 노래를 부른 산이슬이

다녔던 학교에 다녔고 어느 날 그 애의 가족이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근처로 이사를 갔다.

그래도 친했던 사이였기에 그 애 집을 찾아가 보았는데

이전의 마당에서 굿을 할 정도로 넓은 집이 아니고

단지 방 한 칸의 작은 집이었다.

 

마침 그 애의 부모님도 언니도 안 계신 방에서

둘이 앉아 얘기하며 그 애 방에 널려 있는 애정 소설을

조금 읽다가 그만 내 얼굴이 화끈거려 머쓱하게 일어나

간다고 하고 나오니 오히려 그 애가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내가 알기론 당시 그 애의 언니가 술집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아마 그런 소설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뒤로 들리는 소문에 그 애는 그 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는데 어디인지는 몰라 소식이 끊어졌다.

 

'이사가던 날'이라는 노래를 배우고 난 뒤

이 노래를 부르면 그 애가 생각난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초등학교 앨범 속에서 그 애를 찾아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