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살며..감사하며..

코로나 투병기

carmina 2022. 8. 6. 21:13

 

(이 글은 확진 격리기간 동안 매일 올린 글입니다. )

3월 27일 (일), 코로나 확진 7일차

무사히 일주일간의 격리를 마무리하는 날

참 감사한 날이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조금 불평도 나온다. 

아침 식사 후 보건소에서 보내 준 약의 마지막 남은 약 몇 개를 먹으며 

왜 격리 기간은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식으로 계산하는지 불평

격기 통보받은 시간이 오전 7시 10분이니까 그 시간되면 마치 타임워치처럼

딱 해제 통보가 와야 하는가?

그러나 오늘은 할 일이 많다.

내일 아내와 딸이 집으로 복귀할텐데...

적어도 내 손길이 묻었던 곳은 다 락스로 청소해 놓으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집안에서도 내 생활반경을 최소화했다.

내 방은 나갈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했고

아내와 딸의 방에는 열어보지도 않았으며

주방이나 거실에서 무엇을 만질 때도 거의 비닐장갑을 끼고 일을 했으니까..

 

40년 전 이렇게 한동안 좁은 곳에서 오랜 시간을 지낸 적이 있다.

지금은 일주일이지만 그 때는 무려 3달이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시작하자 마자 3개월만에 급성간염이 걸려 온 몸이 참외같이 노랗게 변해

서울의 S병원의 좁은 2인실 병실에 갇혀 지냈었다.

그 때 내 옆에 누워 있는 다른 병으로 입원한 환자들 중, 

완쾌되어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어떤 환자들은 하얀 천으로 쌓인 채 나간 환자도 있었다. 

뉴스에 코로나로 인해 하루에 몇 십만 명이 확진되고 몇 백명씩 사망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며, 

너도, 나도, 우리도 모두 그 숫자에 포함될 수 도 있었다는 가정은 부인할 수 없다.

마치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안전운전을 해도 와서 부딪히는 차량은 막을 수가 없듯이, 때론 이 것도 자신의 운명이다.

이제 전역하는 기분이다. 

오후에 거실에 햇볕이 따스해 보여 소파에 길게 누워 잠깐 눈 붙인 졸음 시간이 행복했다. 

그리고는 창문을 활짝 열어 집안에 봄바람이 가득 들어와 한 바퀴 돌아 나가게 했다.

또한 일주일 내 방 외에 내 손이 닿았던 부분을 소독약을 스프레이로 뿌려가며 꼼꼼하가 닦아 냈다.

이래도 소독이 되는 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수시로 냉장고 문을 열어, 내가 해 치워야할 먹을 것들을 어떻게 먹을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는 오래된 냉동 참치와 그냥 편한 볶음밥으로 저녁을 해 먹으며 내 혼자만의 임무를 다했다. 

그렇게 격리 1주일을 지냈더니 아내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내일부터는 집에 돌아와서 자기 방에 스스로 격리하겠단다. 아무래도 나의 격리 1주일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디선다 1주일 지나도 전염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주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드리는데 담임목사님 대신에 다른 분이 와서 설교를 하는 걸보니 목사님도 확진자다. 

내 소식을 들은 매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단키트로는 음성이 나오는데 목감기가 있고 몸살기가 있다기에 틀림없이 확진되었으니 월요일 PCR 검사를 받으라 했다. 월요일 중요 미팅이 있는 걱정된다며 전화를 끊었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한 모임 연기는 모두 다 이해하는 분위기이니 우선은 검사받는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보건소에서도 마지막 전화라며 의무격리는 끝났지만 당분간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라며 권한다. 하긴 집에서도 마스크를 사용할 예정이었다. 또한 1주일 지났어도 간이 검사는 양성이 나올 것이지만 다른 이들에게 전명가능성은 적으니 안심하라한다. 믿어도 될까?

어쨋든, 나이가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큰 위험은 없던 것이 다행일 뿐이다.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일주일동안의 블로그 글에 관심가져주신 분들에게 감사

나의 확진을 걱정하고 안부전해 주신 분들께 감사

그리고...이해해 준 가족에게 미안하고, 하나님께 감사.

일주일동안 턱 수염을 깎지 않았더니, 처음에는 까칠하더니

이젠 비록 길지는 않으나 흰 털들이 부드럽다.

그렇게 나이들면 부드럽게 살아야지..

Thanks you Corona.

You made me to feel alive. 

3월 26일 (토), 코로나 확진 6일차

감옥이란 이런 곳인가 ?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격리 생활.

벌써 6일차 격리다. 

생전 감옥에 가 본 적이 없지만 약 35년 쯤,

해외에서 근무할 때 내가 운전하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큰 교통사고가 나 상대방이 워낙 많이 다치는 바람에 내가 잠시 현지 경찰서의 유치장에 갇혀 버린 적이 있었다. 

불과 한나절만에 풀려 났지만 그 때의 답답함이 참 싫었다. 

코로나 이전에도 평소 혼자 지내는 적이 많지만 지금처럼 답답함을 느껴 본적은 없다. 

언제든 나갈 수 있으니까..

격리 생활은 신체적인 구속도 있지만, 중요한 정신적인 구속도 치료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모두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

모든 것은 본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 시간을 즐기면 되는 것. 

그러나 중요한 것 하나는 즐기는 것도 삶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때론 내 삶의 규칙이지만, 

만인 혹은 제도가 정한 규칙 안에서 스스로의 자유를 만드는 일이다.

당장 하고 싶은 일은 제주도에 원수 갚는 일이다. 

지난 주 발이 아파서 또 날씨가 나빠서 만족하게 걷지 못한 일정을 회복하고 싶다.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혼자 있으면 객기가 생기는걸까?

평소 가족들 있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짓거리도 해 본다.

거실 오디오의 볼륨을 난생처음 최대음인 100으로 올려 놓고 음악을 들어 보았다.

스피커 음이 찢어지는 것 같지만 속시 시원하다. 

가족들 있으면 아파트에서 쫒겨나고 싶냐고 하겠지만,

우리 아파트는 옆 집과 벽을 같이 하는 부분은 없으니 그럴 염려는 없다. 

신문에 매일 코로나 격리위반자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나는 용기가 그리 크지 않은 사람으로서 원칙을 지키며 살았기에 나름대로 모범시민으로 살았다고 생각한다.

뭐 그깟정도...아무도 모르겠지 하고 잠깐 나갔다 오면 되겠지 하는 생각도 있지만, 내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큰 만족을 얻는 것도 아니니 그런 배짱은 없다. 만약 그런 배짱이 있다면 더 의로운 일에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토록 자주 돌아다니는 내가 최근 몇 달 간, 밖에 나다니는 것이 워낙 확진자의 증가속도고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걸리면 걸리지 하는 마음보다는 조금이라도 밖에 생활을 많이 하는 딸을 위해 내가 주의할 필요가 있었고, 아내가 다시 일을 시작한 뒤로는 더 더욱 조심할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적당히 노후를 즐기는 것이 내 현재의 생각이기 때문에 나는 굳이 외출하지 않고 집에 있어도 큰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면역자는 나 밖에 없기 때문에 좀 편하게 다닐 예정이다. 

물론 일주일 지난다고 완벽하게 치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의견이 완치된 사람들은 타인의 감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통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생긴다면 그건 그 때가서 생각해 볼 일이다.

그나저나, 같이 동시에 확진된 걷기 친구들은 아직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어 걱정된다. 

또한 한 사람이 마지막 날 아침에 목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목감기약을 먹었고 집에 가자마자 열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 이미 나는 확진자와 같이 여행을 한 셈이라, 내 코로나 확진은 100% 예정된 것이었다. 

3월 25일 (금), 코로나 확진 5일차

문득,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 내내 가족의 안부 전화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ㅠㅠ

사람을 오래 고립시켜 놓으면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가 되는 것일까?

아침에 보건소에서 보내 준 약을 먹으면서...

코로나는 치료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약으로 아픔을 견디며 이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삶도 그런 것 같다. 

아픈 삶은 치료하는 어떤 약도 없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삶의 방법으로 아픔을 견디며 살 뿐이라고...

늘 아침이나 저녁이면 집 앞에 아내와 딸이 주문한 택배상자들이 놓여 있었는데

최근 1주일간 택배로 보내 온 것은 약국에서 보내 준 작은 약 봉투 하나뿐이었다.

이렇게 단조롭게 살 수 도 있다. 

격리 1일차나 5일차의 주변 생활이 변함이 없다. 

소설 암굴왕의 몽테 크리스토 백작도 그랬을 것 같다.

단지 지금 이 격리 생활을 마치면, 다시 제주도로 혼자 날아가고 싶은 생각 뿐이다. 

변한 것은 아침마다 내 안부를 물어오던 떨어져 있는 가족의 연락이 뚝 끊긴 것 뿐이다.

이젠 안심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긴 매일 전화오고 어찌 어찌 하라고 당부하는 것이 나도 귀찮아졌다. 

일주일동안 수염을 깎지 않았다. 

평생 직장 다니며 하고픈 것이 아침에 면도를 하지 않고 살고 싶었다.

그 때는 그게 일반 직장인들의 희망사항 중 하나였다. 

그래서 첫 번 직장 은퇴 후 바로 한달 넘는 산티아고여행을 할 동안 면도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내게는 외국의 케니 로저스가수같은 멋진 수염과는 거리가 멀었다.

산티아고 까미노의 목적지인 땅 끝에 도착해 내 얼굴을 보니 내 수염은 신동우 화백이 그린 소설 삼국지에 보여지는 조조의 수염일 뿐이었다. 그래서 돌아오는 여정에는 수염을 싹 밀어 버렸다.

두번째 산티아고 여행때는 매일 이발을 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면도한 얼굴이 더 씩씩해서 보기 좋았다. 

아무리 치장을 해도 내 얼굴이나 성격에 야성미는 없다고 생각해 보다.

냉장고의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아 간다. 

그래도 아직 내가 좋아하는 생선이 남아 있어 다행이다.

햇반이 벌써 몇 끼 째더라.

가끔 이런 상황 생기면 냉장고에 오래 묵은 냉동식품들은 다 처리될 것 같다.

아내와 식성이 달라 평소 내가 먹을 것들은 늘 챙겨 두는 편이었다.

오늘 보니 그 흔한 컵라면 하나 없네...

그건 내가 먹지 않는 먹거리다. 

냉동식품은 어쨋든 먹을 수 있겠는데, 도무지 국거리는 만들지 못하겠다. 

결국 국은 라면 반 조각으로 해결했다.

다른 확진들 검색하니 코로나 격리 1주일 끝나도 자가키트로 검색하면 계속 양성이 나온다고 한다.

끝나는 날 쯤 나도 해보아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염력은 약해져서 주위 사람들에게 별로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니 믿어도 될까? 

 

3월 24일 (목), 확진 4일차

내 몸의 상태는 지금 코로나 환자가 아니고 정상인의 모습이다.

아직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몸에 남아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나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철저하게 방역 규칙을 지키고 있다.

사람을 오래 고립시켜 놓으면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가 되는 것일까?

단지, 내가 이 기간에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는게 무척 불안할 뿐이다.

여행같이 갔던 친구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몸에 좋다는 건강정보가 올라온다.

무척 고생하고 있는 모습이 카톡으로 모두 영상같이 보여진다. 

그러나 덕분에 편하게 개인 시간 갖고 있다며 다른 불평은 없다.

그래서 코로나 걸리고 싶다는 직장인들도 있나 보다. 

공식적으로 확진 통보받기 이틀 동안 심한 통증으로 잠을 못 자 몸무게가 1kg 넘게 빠지더니

이후 혼자 지내며, 잘 먹고 책상에만 앉아 있으니 다시 살이 찐다. 

가득 찼던 냉장고가 비어감이 보인다.

잘 먹자.

보약이나 건강보조제를 거부하는 나는

그런 좋은 성분이 음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겐 그게 치료약이다

보건소에서는 오늘도 전화로 내 상태를 확인한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무척이나 안정적이라며, 다른 격리자들에 비해 신경을 덜 써서 좋다 한다. 

다른 이들에게는 하루에 두 번씩 전화하는데 내게는 한 번만 해도 된다고..

하긴 지금 내 친구들은 무척 고전 중이다. 

처형의 딸이 가지고 있는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는 딸이 집에 잠시 물건 가지러 온다며 전화하기에 

올 때 입이 심심하지 않은 것들 좀 사가지고 오라 하며 아빠는 방안에 있겠다고 했더니

이것저것 식탁에 사 놓고 나가면서 전화했다. 

아무리 코로나 확진자이고 격리 중이지만, 격리 생활이 중반이 넘어가고 몸 상태가 평소와 다름없으니, 누군가 솔깃한 제안을 하면 나가고 싶은 마음이 누구라도 생길 것 같다.

그래서 격리 위반이라는 문제가 자주 생기는 것 같다.

특히 다른 이들이 정해 놓은 규칙에 늘 불만인 사람들은 큰 유혹을 받을 만한 상태다.

하긴 나도 자꾸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다.

아마 낮에 딸이 먹거리를 좀 챙겨주지 않았다면 우편함에 간다는 마음의 핑계로 근처 편의점에 다녀 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미리 내가 격리될 것을 예상하지 않았던 가족들이기에 준비된 것이 다양하지 않아 냉장고나 찬장에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뒤져보기를 자주 해 본다.

오후에 책에 폭 빠져 몇 시간을 보냈다. '모짜르트'라는 서제의 4권짜리 소설에는 모짜르트의 수없이 많은 작품이 언제 어느 상황에서 작곡되었는지 작품번호를 적어 놓아 알 수 있는데 '만약 이 책이 웹으로 되어 있다면 바로 링크를 클릭해 음악을 들어 볼 수 도 있겠다'라고 생각해 본다.

그 책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불확실하지만, 작품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면 소설 속의 수 많은 상황들을 음악으로 묘사해 놓았을 수 도 있겠다.

아주 오래 전 한국에서 모짜르트 전시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놀라운 실험을 체험해 보았다.

4/4박자, 16마디의 악보를 16개의 마디로 나누어 통안에 넣고 랜덤으로 8마디를 선택해 조합을 하면 매번 전혀 어색하지 않는 밝고 유연한 멜로디의 다른 노래가 자동 연주가 가능했다.

모짜르트 전곡집을 사 둔 것 같은데 찾아봐야 겠다.

혼자 지낸다는 것은 창의적일까?

아니면 그냥 무료한 시간의 흐름일까?

월드컵 예선의 상암경기장에서 이란과 열리는 게임을 보니 수없이 많은 관중이 응원차 모였다.

그런데 모두 빼곡하게 앉아 있다. 거기에 거리두기는 없었다.

무려 6만 4천명이라는데, 하루 코로나 40만명에 달하는 현 시국에 과연 이런 상황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관중 석에서도 음료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기 위해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자주 보인다.

3월 23일 (수). 확진 3일차

지난밤 오랜만에 잘 잤다.

잠이 이리도 소중하고 달콤할 줄이야..

목소리가 깨끗한 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는 거의 깊은 감기 환자들 같다.

오전에 같이 여행 갔던 이들은 아직 

기침과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에

내 몸이 빨리 반응하고 빨리 스스로 치료했구나 하는 고마움에 기분이 좋았다.

여전히 내 방 밖을 나갈 때는 마스크 쓰고 비닐장갑을 낀다.

아내에 매일 카톡과 전화로 내 안부를 확인하지만 이제는 내가 식구를 걱정한다.

지금은 PCR 음성이지만 잠복기 후에 나올 수 있으니 늘 자신의 이상함을 체크해 보라고..

종일 여행기를 쓰고 동영상을 만드느라 바쁘다.

식사는 아무거나 잘 먹고 먹히니 불편하지 않다.

펜션에서 연락이 왔다.

자기 부부나 손님 중 아무도 코로나 양성 소식 없다고. 

아무래도 우리 팀 내부나 시내 식당이 의심된다.

성남에서 고등학교 교편 잡는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에게 연락받았다고..

학교 학생들 한 반에 22명인데, 10 명이 확진자일 정도로 심각하고,

내가 그렇게 밖에 나다니면서도 이제야 확진된 게 이상하다며 감사한 일이라고 한다.

처가 언니 오피스텔에서 거주하고 있는 딸이 수시로 전화를 하며 안부를 묻는다.

'밖으로 매일 일을 다니는 네가 나 때문에 집에 못 들으니 미안하다' 하니 걱정 말라며 오히려 나를 안심시켜준다.

창문 열어 집을 환기시키고, 집안 소독할 준비를 해두었다.

여행 일행들이 모두 집에서 꼼짝 않고 심한 기침과 목의 통증 그리고 근육통에 힘들어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편히 자겠지?

맥주나 와인 한 잔이 그립지만 참고 있다.

자기 전에 코로나 생활센터 앱으로 내 체온을 기록하고 오늘 마무리.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보건소에서 나의 상태 확인 전화가 왔다.

3월 22일 (화), 확진 2일차

다음 날 아침. 7시경 카톡으로 코로나 양성으로 돌파 감염이 확정되었으므로 통보받고는 미리 가족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놓은 것을 안심하고, 카톡을 전달해 주면서 내용을 읽어보고 가족은 신속항원검사 없이 바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으니 가까운 곳에서 받으라고 안내해 주었다. 

코로나 초기부터 증상이 없어도 가끔 PCR를 받았는데 4번째 만에 확진 통보받았다.

지난주 토요일 이미 증상 관련해서 대충 필요한 약은 사놓았지만 검색해 보니 확진 판정을 받으면 여러 가지 혜택이 많았다.

치료는 물론, 치료 후 생활 보장금 지원까지...

확진자에는 약을 제공하기 위해 병원에 가서 무료로 진찰받고 약을 무료로 준다기에 나갈 수 없는 환경임을 부천보건소에 전화로 알아보니 코로나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과 치료 약을 무료로 제공하는 약국을 알려 주었다.

다행히 집 주변에 그 병원이 있어 전화로 지금 내 증상을 알려 주었더니 처방전을 약국으로 팩스를 보낼 테니 받아 가란다. 

그러나 보건소에 식구들이 없어 내가 약국조차도 나갈 수 없는 형편이라 했더니, 약국에서도 직접 집까지 배달해 주었다. 이른바 비대면 진료와 투약 및 배달까지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었다.

그리고 보건소에서도 2번인가 나의 상황 파악을 위해 전화가 오기도 했다.

확진 통보가 오니 그간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는지, 통증도 사라지고, 어제처럼 낮잠도 사라졌다.

내 방을 나갈 때는 마스크를 끼고 장갑을 낀 채 아내가 준비했던 음식을 꺼내 조리해 먹고 종일 음악 들으며 글을 쓰고 지내고 있다.

아내가 밖에서 나를 리모트컨트롤한다. 

물 많이 마셔라

소금물로 가글 해라

창문 열어 환기시켜라

밤에 잘 때 방에 수건 적셔서 걸어 놓아라

.

.

.

잘 따르고 있다. 

여행 중 묵었던 숙소에 우리 일행 모두가 확진되었다 하니, 숙소 주인 부부는 신체의 아무 변화가 없고 같은 날 투숙하고 같은 공간에서 아침 식사를 같이 한 손님들에게도 아무 연락이 없다며 이상하다고 얘기하기에 아마 우리 일행은 밖에서 식사를 했던 식당에서 감염되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전화로 듣는 여행 일행들의 목소리가 심한 기침과 함께 들려온다. 

3월 21일 (월요일), 확진 1일차

월요일 아침 9시 반부터 부천의 공설운동장에서 하는 임시 선별조사장에 9시경 도착했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인은 확실한 확진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미리 자가 진단 확진 증명이 있어야만 PCR 검사를 받지만 경로인은 바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PCR 검사를 하고는 검사는 다음 날 아침에 통보되지만 틀림없이 코로나에 걸렸을 것이라고 확신해서, 아내에게 약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고, 가능한 나는 내 방에서 나가지 않았고, 아내는 점심, 저녁을 내 방에 따로 차려 주었다. 내일 아내와 딸은 직장 출근했다가 집에 돌아오지 말라고 부탁하니 아내는 언니네 집에서, 딸은 처조카의 오피스텔에서 묵기로 했다. 

그러고는 종일 침대에서 끙끙 앓으며 비몽사몽간으로 지내고 밤에 억지로라도 잠을 자려 했으나 거의 잠을 못 잘 정도로 근육통이 심했다. 다행인 것은 다른 증상은 목의 심한 통증이나, 콧물 등은 나오지 않았다. 

확진이 확실해지자, 그때부터 내 생활을 완전히 분리시켰다. 집에서 내 방에는 화장실이 별도로 있어 방에서 거실로 나가 주방에서 식사를 차려먹을 때는 꼭 비닐장갑을 끼고 일을 했다. 

여행을 같이 갔던 또 한 명 상태가 목이 많이 잠긴다며 아무래도 자기도 받아봐야겠다고 하기에...

아차... 우리 팀에 무슨 문제가 있구나 하는 것을 직감했다. 

나머지 한 명도 증상이 있다고 한다. 

3월 20일 (일) PCR 검사 1일 전

어제 병원 신속항원 검사에도 음성으로 확인되어 있고, 체온이나 몸에 아무 증상이 없기에

주일 날 여느 때와 같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보고, 집에 와 점심을 먹고 한가한 주일에 

여행을 다녀오면 늘 그렇듯이 여행기를 쓰며 하루를 지내는데...

그런데 오후부터 몸의 등짝에서부터 약간 통증이 느껴진다. 

어? 내가 왜 이러지?

이번 올레길 여행에 다른 때와 달리 동행들이 있어 여느 때 같으면 혼자 하루에 20km 이상 걷는 빡센 트레킹을 하지도 않았고 베이스 숙소가 있어 짐도 가벼웠는데 내가 왜 힘들지?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부터 통증이 온몸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밤에 잠을 자기 힘들 정도로 통증을 느끼다가 코로나 확진 증세를 검색해 보니, 근육통과 목구멍의 통증이 보편적인 증상으로 검색되어 나도 걸렸구나 생각하며 PCR 검사를 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3월 19일 (토) PCR 검사 2일 전

아침에 같이 갔던 일행 중 한 명이 급한 전화 목소리로 '나 지금 확진 판정받았으니 지금 즉시 근처 병원으로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기에 마침 토요일이라 병원 문 닫기 전에 이비인후과를 찾아가 거금 30,000 원을 내고 병원에 준비된 키트로 검사하니 음성이 나와 안전하게 생각했다.

이 내용을 페북에 올렸더니 다른 이들은 모두 5,000원을 주고 했는데 나보고 비싸다고 이구동성이다.

아마 코로나 전문 진단 지정 병원이 따로 있는 것 같다.

근데 그 친구는 어제 도착해서 어떻게 이렇게 빨리 확진된 것을 알았을까?

이미 여행 중 몸에 느낌이 있어서 확진되었던 것을 안 것은 아닐까? 

묵었던 숙소에 전화를 해서 우리 팀 한 명이 확진되었다고 알려 주었다.

그가 말하기를 같은 게스트하우스 손님 중에 백신주사 안 맞았다는 걸 자랑하기에 혹시 거기서 전염된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고 알려 주었다. 

3월 18일 (금), 제주올레길 여행 종료

금요일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날, 아내에게 전화해서 혹시나 여행 중 나도 모르는 코로나 증상 있을지 모르니 내가 집에 도착하는 소리가 나더라도 방문밖에 나오지 말고, 내가 내 방에서 자가 진단 키트로 테스트하여 음성인 것을 확인하면 나와달라고 부탁했다.

도착하자마자 얼른 키트로 검사해 보니 한 줄이 나오기에 안심하고 식구들을 만나 다녀왔노라며 일상으로 돌아왔다.

2022년 3월 15~18, 제주 올레길 여행

오랜 세월 매주 토요일마다 어김없이 강화 나들길을 같이 걸었던 친구들 중 4명이 요즘 걷지 못하니 비교적 청정지역인 제주올레길을 걷자 하고 지난 4일 동안 제주 성산포 근처의 숙소 한곳에 머무르면서 계속 길을 걸었다. 걷는 동안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우리끼리 걸을 때는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면서 이제 코로나 기간 중의 제일 좋은 여행이라고 희희낙락하며 4일을 지냈다.

(이 글은 확진 격리 기간 동안 이어질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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