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걸으면내가보인다 79

산티아고 까미노 17일차 (템프라리오스 - 엘 부르고 라네로)

2016. 5. 5 지난 밤 누군가의 스마트폰 벨소리가 나를 몇 번 일으켜 세웠다. 알고보니 일찍 귀마개를 하고 잠든 이지노씨가 벨소리를 못 들었나 보다. 그리고 중대한 일인 듯 열심히 누군가와 문자로 대화하고 있었다. 오늘은 라네로까지 먼 거리라 일찍 출발했다. 그건 나 만의 생각이 아닌 ..

산티아고 까미노 14일차 (온타나스 - 보아디요 델 까미노)

2016. 5. 2 까미노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이 늘 내가 코리아에서 왔다하면 즉시 '남이냐 북이냐'를 묻는다. 그러면 나는 늘 그렇게 대답한다. "내가 만약 북에서 왔다면 나는 Son of King일 것이다." 북한 사람이 이런 까미노에 올 수 없음을 알려 주고 왜 그 들이 늘 미사일과 핵 폭탄을 준비하는..

산티아고 까미노 13일차 (부르고스 - 온타나스)

2016. 5. 1 산티아고 까미노를 보다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조건 중 하나가 영어를 알아듣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스페인이라 해도 전 세계에서 모이는 순례자들이다보니 자연적으로 영어는 만인 공용어가 되었고 아무리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제일 먼저 말을 건낼 때는 부엔 까미..

산티아고 까미노 8일차 (로그르뇨 - 나헤라) 29.6km

2016. 4. 26 새벽에 로그르뇨 시내를 통과하는데 도시가 크다 보니 무려 30분이 걸렸다. 어두운 도시에 혹시나 외모상으로 험상궂은 사람이 옆에 있다면 약간 거리를 두고 걸었다. 도심 한가운데 젊은 순례자들의 동상이 있는데 한눈에도 배낭이 작은 것을 보고 고증이 잘 못되었다는 것을 ..

산티아고 까미노 7일차 (로스 아르코스 - 로그르뇨), 27.8km

2016. 4. 25 오늘은 거의 28km를 걸어야 한다. 다른 날 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조용히 배낭을 챙겼다. 아침도 첫 마을인 산솔까지 무려 7km나 되니 2시간 동안 먹지 않고 걸으면 허기질 것 같아서 알베르게에 있는 자판기에서 빵을 꺼내 배낭에 넣었다. 길은 어두워도 보름달이 있어 조금 도..

산티아고 까미노 6일차 (에스테야 - 로스 아르고스)

2016. 4. 24 아침이면 알베르게 접수대앞에 모여 있는 여행용 트렁크를 보며 이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는지 순례를 다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들은 순례자라기보다는 그냥 걷는 여행을 다니는 사람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물론 그렇게라도 해서 이 곳에 오고 싶은 열망은 이해하지..

산티아고 까미노 3일차 (라라소나 - 팜플로나) 15.3 km

2016. 4. 21 지난 밤 내가 언제 잤는지 모를 정도로 잠에 빠져 들고 새벽에 아래층에 있는 화장실을 가느라고 전등을 켜다가 그만 잘못해서 사람들 곤히 자는 윗층의 전등을 켜서 미안했다. 그런데 내 안경이 어디갔지? 자다가 안경의 코걸이가 부러진 꿈을 꾸었는데 안경이 찾아봐도 없다. ..

산티아고 까미노 2일차 (론세스바예스 - 라라소나) 25 km

2016. 4. 20 새벽 6시경에 어디선가 명상음악이 들렸다. 아마 사람들에게 깨끗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라는 방송인 줄 알고 난 편하게 듣고 있는데 외국인 한 명이 내가 있는 곳으로 오더니 여기서 소리가 난다며 내 앞에 침대의 침낭을 뒤져 보더니 그 속에서 핸드폰을 찾아 냈다. 앞에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