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 47

내가 사랑했던 여인 '한비야'

90년대 중반,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이라는 책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때 쯤 나도 한창 해외출장을 많이 다니던 시절이라 나 혼자만의 해외여행에 대한 열망이 컸다. 그리고 또한 90년대초반부터 한국인들이 해외여행가는 것이 막 붐이 일던 시절이라 많은 이들이 그녀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다. ​ 1993년부터 1999년까지 7년간 세계 여행을 비행기를 타지 않고 주로 육로로만 다녔다. 나처럼 산티아고를 걸어서 다닌 것이 아니고, 일반 대중교통이나 철도를 이용했고, 호텔이 아닌 민박을 이용했다. 그녀가 다닌 곳을 지도상으로 살펴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요즘같이 각 나라를 잇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지 않던 시절이라 그 어려움과 난관에 부딪힌 일들은 모두 몇 권의 책에 글로 표현되어 있다. 그녀가 다..

초기 사이버시대의 클래식 음악 모임 에피소드

문서작업하던 개인컴퓨터 Personal Computer (PC) 가 통신기능이 추가되던 80년대 말부터 한국통신에서 만든 하이텔에 수없이 많은 동호회들이 생기고, PC를 잘 다루던 나는 전화선으로 연결되는 인터넷통신 하이텔에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 그 곳에서 클래식음악동호회인 고전음악동호회(고음동)가 있었고, 젊은 사람들이 자주 개인적인 음악의 의견으로 글로 다투는 일이 많아 30대 이상의 사람들끼리 따로 하이텔의 고음동 내 아름드리라는 모임을 만들어 몇 년동안 즐거운 음악생활을 즐겼다. ​ 그러나 하이텔을 다른 통신회사에서 인수한 이후 여러가지로 불편한 기능들과 1년에 몇 십만원하는 서버 비용문제가 거론되니 그곳에서 나와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때, 찬반론이 많아 내가 제안했던 글이 남아 있어 올려본다..

노년의 건강

주민지원센터에서 기초연금 신청 자격이 있으니 방문해 보라며 우편으로 발송된 용지에 이런 안내서가 포함되어 있기에 하나하나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즐길 것 3가지 (勸) ​ 1. 운동 - 일주일에 3번 이상 걸으세요. ​ 걷기 애호가인 내게 이런 이야기는 지인들에게 지원센터보다 더 많은 권고를 하고 다닌다. 그런데 이 제안에 3번에 대한 횟수만 장려했으나 실제로 정확하게는 걸음 수를 권고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일주일에 3번은 매번 1.5~2만 보 이상 걸어야 할 것을 추천해 본다. ​ 2. 식사 - 생선과 채소를 골고루 챙겨드세요. ​ 바닷가 출신인 내게 생선은 거의 매니아 수준이다. 외출했다가 집에 오는 날에는 기회만 있으면 부천역 앞 전통시장을 기웃거리며 생선에 눈독으로 들이고, 여지없이 검은 봉투..

유전병

밤늦은 시간에 형님이 전화하셨다. 대뜸 내 혈압을 묻는다 이상없다고 하니, 혈압기 사가지고 매일 혈압을 재 보라며 거의 윽박지르듯이 다그치신다. ​ 형님과 나이 차이는 9살차이. 형님께서 요즘 혈압이 조석지변으로 변하니 걱정스러웠고 동생들도 걱정되는지 한 밤 중에 전화를 주신거다. 형님은 술을 전혀 안하시고 단지 오랜동안 담배를 즐겨하셨었다. ​ 하긴 평생 담배를 피우시고 두주불사하시던 아버님은 7순에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혈압으로 쓰러지셔서 나이 환갑에 일찍 떠나셨고 큰 형님도 워낙 골초이셔서 후두암으로 환갑에 가시고 먼저 간 동생도 술과 담배때문에 뇌병변이 생겨 먼저 가고 그렇게 7남매 중 지금 2명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고 한 명은 지금 담배때문에 뇌가 상해 병석에 누워 있으니 그런 걱정을 하시는가 보..

똑같은 건으로 두번 사기당한 바보, 나

80년대 L 사를 다닐 때 나를 그 회사로 부른 친구가 내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 그 때는 막 콘도라는 것이 바람을 일으킬 때인데 코레스코라는 콘도 영업사원을 소개 시켜 주면서 요즘 콘도 회원권을 구입하면 주식처럼 가치가 올라 나중에 비싼 값으로 팔 수 있다며, 자기도 구입했다고 한다. ​ 그리고 기왕 사는 김에 2 구좌를 사서 하나는 본인이 쓰고 하나는 가격이 오를 때 팔면 하나 산 비용을 회수 할 수 있다기에 그 친구처럼 나도 2구좌를 샀다. ​ 영업사원은 고맙다며 각종 할인권을 우리 손에 쥐어 주었다. ​ 기분이 좋았다. 이제 나도 콘도를 가지고 있는 여유있는 직장인에 고급여가를 즐길 수 있겠구나... 그래서 아버님을 모시고 새로 뽑은 빨간 자가용으로 당시 강화의 전등사 앞에 있는 코레스코 콘도..

카테고리 없음 2022.08.08

노인 앞에선 아직 젊은이다

전철을 많이 타는 편이다. 그러나 내가 특별히 피곤하거나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노인석에 잘 앉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앉아 있더라도 노인들이 내 주위에 계시면 다른 이들보다 먼저 자리를 양보한다. 나는 아직 그 들에 비하면 양보해도 될 만큼 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나이 70에 돌아가신 아버님의 내 나이 쯤 사진을 보았더니 아주 많이 늙으신 얼굴과 구부정한 모습이다. 아마 평생 일밖에 모르고 사신 분이라 자신의 건강을 위해 보낸 시간이 없으셨을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아버님이 운동을 위해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가 운동하신다거나, 다른 분들하고 야외로 놀러 나가시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오로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평생 일만 하셨을 뿐이다. 아버님은 그 피곤함을 늘 술과 담배로 푸셨다. 그..

인생에 거저 먹는건 없다

어느 보이스 피싱 관련 블로그에서 퍼온 글이다. ​ 취업준비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던 중 단순한 작업만으로 높은 시급을 받을 수 있다는 아르바이트 채용 공지를 발견하게 되었고 지원을 하고 다음 날 부터 출근을 하기로 했습니다. ​ 그리고 출근을 한 첫날 회사에서는 업무적으로 통장이 필요하다면서 이모씨 명의의 통장을 요구하였고 해당 통장으로 돈이 입금되면 그 돈을 인출하여 상품권으로 바꾸는 것이 이모씨의 업무라고 했습니다. ​ 알고보니 그 회사는 불법으로 모은 돈을 세탁하는 곳이었다. 졸지에 그 청년은 신용불량자에 범죄자가 되어 버렸다. ​ 요즘 젊은이들이나 혹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기능이나 재능보다 제일 먼저 배워야 할 사항이 바로 이런 편한 직업은 절대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 통..

멋지게 산다는 것

요 몇 년 간 내가 제일 자주 듣는 말이 '멋지게 사는 모습이 보여요' ​ 그런가? 내가 남들에게 그렇게 보였나? 특히 은퇴한 뒤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남들은 은퇴한 뒤로 별로 소일거리가 없어 잠잠한 편인데 나는 이것 저것 내가 즐거움을 찾아서 다니고 그걸 늘 글로 표현하고 있어 사람들은 나의 좋은 면만을 보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을 때도 많은데... 나도 때론 외롭고, 화를 내고 싶기도 하고, 때론 사람과의 만남에서 기분이 상할 때도 많다. 표현을 안한다 뿐이지... ​ 직장 다니던 시절에는 그저 하루가 일이었고 가끔 주말에 걸으러 다니는 것 뿐. 직장에서는 좋으나 싫으나 같이 일해야 하지만 은퇴하니 내가 싫은 사람은 가능한 피할 수 있어 좋다. 직장을 또 다니기 시작했지만 큰 부담이 없는 일..

나는 양고기 매니아다

내가 양고기 타령하지만 결국 아들이 관심이 있다며 사역으로 나섰다. 아내는 지레짐작하여 냄새나서 불호란다. ​ 평소 운전하면서 자주 봐온 부천 IC근처 꼬미양. 뉴질랜드산 양고기란ㄴ 네온사인이 마음에 들어 주일 예배후 찾아갔다. 내가 양고기 매니아가 된것은 결혼 전과 후 사우디에서 2년동안 생활하면서 양고기 holic이 되어버렸다. 돼지고기를 좋아하지만 그 부드러움은 양고기를 따라 오지 못했다. 또한 2000년대 초 호주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양고기의 맛을 알았다. 이후 어떤 고기보다 양고기를 으뜸으로 친다. 중동지방에 출장가던 시절에는 늘 제일 먼저 찾는 것이 양고기다. 통상 한국의 식당에서 파는 양꼬치 구이보다는 무언가 알짜부위를 빼고 난 짜투리 고기 같아 숯불 양갈비 구이를 선호한다. 그보다 그 어..

아버지의 연인?

어린 시절에는 가끔 형제들끼리 놀리고자 할 때 '너는 다리밑에서 주워 온 자식이야' 하며 이야기할 때 진짜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 난 자식이 아니고 경인선 철교 다리 밑에서 주워 온 고아로 생각해 눈물을 쏟았던 기억들이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모든 형제들은 어머니의 다리밑에서 주워 온 자식들이었다. 나중에야 그걸 알고 '형도 다리밑에서 주워 왔잖아' 하며 맞받아치며 허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 초가집 우리 집 안 방의 문위에 걸린 액자에는 여러 개의 작은 사진들을 넣어 두었는데 그 중 늘 시선을 끌었던 사진 한 장이 아버님이 낯모르는 여인과 서로 선 채로 비스듬히 마주보고 있는 사진이다. 아버님은 늘 하시는 포즈로 양팔을 등 뒤로 넣으시고 몸집이 좀 있고 그다지 이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