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 47

선생님 저도 암환자였어요

몇 년 전 가끔 용인에 있는 호스피스병원에 시간을 내서 혼자 다녔었다. 그 곳에서는 내가 30년 동안 노래하던 부부 합창단의 여자 단원 한 분이 의사로 계셨기 때문에 무언가 내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집에서 좀 멀기는 하지만, 가끔 할일 없는 휴일이나, 혹은 휴가 때 이틀 정도를 시간내어 그 분의 주선으로 환자들을 돌 보는 일을 했다. ​ 그런데 처음에는 환자들이 있는 방은 요양전문가만 들어갈 수 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청소를 하고, 주방일을 돕는 정도였지만, 몇 번을 찾아 가서 눈에 익으니까, 큰 지식이니 훈련없이도 환자를 돌보는 일도 맡았고, 환자들을 목욕하는 일과 환자복을 갈아 입히도 일도 거들고 혹은 막 임종한 환자의 처리도 거들었다. ​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호스피스 병원에 있다는 사실..

[영화]로얄 어페어

2022. 3 ​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으니 자주 뒤적이는 것이 넷플릭스. 그 많은 영화들 가운데서 늘 먼저 관심을 갖는 것은 적어도 이름이 알만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이고, 가능한 영화가 실화를 다룬 것이라면 좋고, 그 영화의 다른 사람들 평을 잠시 읽어보고 영화보는 시간을 투자한다. 그렇게 선택한 영화 18세기 덴마크 왕정시대의 실화인 로얄 어페어. 주연 배우인 매즈 미켈슨도 덴마크 사람이고, 그 상대역인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스웨덴출신이다. 배우들도 이 영화에 대한 출연이 무척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영화제목이 왕가의 스캔들이라는 표현보다 어페어라는 의미가 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영화 '러브 어페어'같은 감동을 줄까 하는 기대때문이다. 편집증이 있는 왕족의 크리스티앙에게 시집을 오는 영..

[영화]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원제 'Hope Gap'인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러브 어페어의 그 청순한 어네트 베닝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불과 몇 사람밖에 관객이 없는 광화문 씨네큐브의 넓은 공간의 한 구석에 콕 박혔다. ​ 처음 화면에 나오는 낯 익은 여자. 누구지? 알고보니 나이든 어네트 베닝. 검색해 보니 나보다 2살 적은 58년 개띠다. 러브 어페어가 1995년 영화니, 무려 27년전의 30대 말에는 정말 꽃과 같았었는데... ​ 장성한 아들은 외지에 나가서 공부를 하고, 남편 에드워드는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 그리고 시를 엮어 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부인 '그레이스' 부인은 모든 일에 욕심이 있고 자신이 있다. 자식도 ..

나도 모르는 나의 습관

오늘 낮에 아내가 하는 말이... "당신은 일요일만 낮잠자더라" "그래? 나 그거 못 느꼈는데..." 그리고는 내 방에 들어와 앉아 있다가 졸려서 잠시 낮잠 잤다. ​ 직장다니던 시절 아내가 내게 불만이... "당신은 도대체 힘들다는 소리를 안해, 그래서 내가 자꾸 눈치를 보게 돼" ​ 내가 그랬나? 아마 그건 내 삶의 철학인것 같다. 살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나 힘들다'는 표현은 하지 않겠다는... 누구에게 위로받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겨우 그거 하고도 힘드냐?'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일까? ​ 내가 과묵한 것은 아닌데 적어도 저녁 퇴근하여 집에 와서는 "나 힘들어 그러나 아무것도 시키지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남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 혼자 트레킹을 많이 하면서..

고려장

자전거 한대가 며칠째 육교위에 묶여서 꼼짝못하더니 오늘은 기어코 비를 주룩 주룩 맞고 있다. ​ 자전거 모습을 보아서는 애들 자전거가 아니다. ​ 분명 젊은 사람이 탔을것이다. ​ 자전거종류를 검색해보니 이런 자전거를 로드바이크라 하는것 같다. ​ 결코 초보자용이 아니고 속도를 즐기는 종류이고, 색깔도 유난히 튀는걸 보니 유행을 즐기는 젊은이가 타는것 같다. ​ 근처에 젊은이들이 잘가는 클럽같은 유흥가가 있으니 이 근처에는 외제 스포츠카도 자주 보이고 내가 가는 헬스장도 온 몸에 문신한 사람들이 많다. ​ 무슨 이유로 일주일 넘게 이 곳에 자전거를 두고 찾아가지 않을까? ​ 육교위인 이곳까지 올라온것은 여러가지로 추측할수 있다. ​ 거리에 묶어 두기엔 보는 사람이 많아 육교위에 두었거나, 우리 아파트 2..

달콤한 유혹

하루에도 몇개씩 오는 스팸 메일.. ​ 내 블로그를 이용하고 싶단다. 자기들이 글을 써서 보내고 내가 마음에 드는 것만 올리면 된다며 글 하나에 얼마 혹은 한달에 얼마씩 지불하겠다고... ​ ""저희는3 맛집,뷰티,여행,육아등 다양한 리뷰광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블로거분들에게 전혀 피애가 가지 않도록 저품질 예방에 힘쓰고 있으며, 금액의 경우에는 매달 30-50만 정도 드리고 있습니다 블로거님에게 맞춰 주제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전체적인 관리요령도 함께 공유해드리고 있습니다."" ​ ​ 이런 달콤한 일이 있나.. 손안대고 코풀기다.. ​ 그러나 내 인생의 경험을 보건대 이런 유혹은 거의 내 치아를 썩게 만들고 결국은 이빨을 뽑아야 하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 ​ 돈 몇 푼에 혹했다가, 내가 40년간 써..

딱 하나 부족한 것

가족들 모두 잠에서 깨지 않은 아침 7시면 늘 창가에 앉아 빵이나 떡으로 아침을 먹으며, 아래로 보이는 도로에 출근하는 사람들과 차들을 본다. ​ 시야를 조금 위로 올리면 우리 집 주위에 삶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포진되어 있다. ​ 가족당 자가용 2대까지 여유있는 지하 6층까지 있는 주차장 노인들과 애견들이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아파트 바로 뒤에 있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 소형마트 들이 아파내나 길 건너편에 있고 아파트 단지내에 편의점 2개와 은행, 빵집과 맛집 들 길건너편에 농협마트와 반경 1.5 km 내에 대형 마트 2개 집에서 200m 내에 경찰서와 600 m 에 소방서 300 m에 전철역 350 m에 대형 백화점 500 m에 대형 극장 600m에 시청과 대형 공원 700m에 도서관 1.2..

사람들과의 관계

평소에 많은 이들이 내게 하는 말. '늘 웃고 다니시네요.' '웃는 모습이 좋아요.' '다른 이들에게 나쁜 소리 안할것 같이 보여요.' '화 안내실 것 같아요.' 등 등 내게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 그러나 나도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그냥 허허 웃고 다니거나, 그냥 멍청한 듯 슬며시 웃고, 어디가면 입 크게 벌리고 웃지만, 때로는 내 심경이 불편할 때면, 웃.지.않.는.다. ​ 물론 누구다 다 그렇겠지만, 나는 내 마음을 잘 감추지 못한다. 귀찮은 것, 불편한 것, 힘든 것, 짜증나는 것 들은 잘 참는 편이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직설적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 싫은 것을 견디지 못할 때는 슬며시 피하기를 많이 하지만, 도저히 피하기 힘들 때는 싫은 표정과 말투가 툭 툭 튀져 ..

욕설

도쿄 올림픽에서 중국 선수가 시합 내내 외친 기합소리가 욕설이라는 기사 속에서 본인은 발음이 나빠서 그렇다거나, 자신도 몰랐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 ​ 그 선수처럼 욕설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습관에서 나올 수 있다.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학창 시절 우리 집에 처음 흑백 TV가 들어왔고 가끔 AFKN을 내가 보면 어머니께서 부엌에서 그 소리를 들으시고 "저 사람 지금 욕하는거야." 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영어를 전혀 모르시는 어머니가 어떻게 아셨을까? 625때 미군들이 와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Son of a bitch'가 어머니 귀에는 '쌍노무배추'로 들으신 것이다. 영어로는 우리 말의 '개새끼'라는 뜻이다. ​ 골목에서 공치기할 때 높은 담을 치고 사는 앞집 아저씨네..

개뼉다귀 인생

오호라... 네가 정말 개뼉다귀렸다. 하얀 자갈들과 굴껍데기들 사이에서 유독 더 빛나고 있는 너 평생 주인의 집 근처에 떠도는 낯선 이들에게 용맹스럽게 짖어 대던 네가 주인과 함께 육신일체가 되기 위해 기꺼이 살신성견해 네 살까지 다 봉양 후에도 바다로 나간 주인을 지키기 위해 짖어대느라 이렇게 지쳐 버렸구나 ​ 얼마나 많은 파도를 향해 소리쳤을까 얼마나 오랜 세월 벌겋게 지는 해를 향해 끙끙거렸을까 네 인생이 그렇게 하얀 밤들을 지냈구나 그런 아픔에 네 강한 이빨까지 빠졌으니 ​ 너는 참 고귀한 몸이다 너는 참 사랑스런 몸이다 너는 참 주인에게 참 필요한 몸이다 ​ 이제 네 평생을 주인의 일터에서 같이 지내려무나 자다가도 끙끙거리는 너를 네 주인은 기억할거니까 네 아픔을 모든 것을 내어 준 굴껍데기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