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 집에서 내가 들은 음악은 크게 세가지였다. 하나는 큰 형님의 팝송과 클래식이었고 또 남진, 배호를 좋아하는 둘째 형님이 사온 전축으로 듣는 유행가였으며 누님이 집에서 일을 하며 라디오로 듣고 얼른 가사를 적어서 부르는 트로트였다. 그 세가지 음악 중 내 인생 진로는 11살 터울의 큰형님과 같다. 큰 형님은 같은 국민학교, 같은 중,고등학교, 그리고 같은 대학의 같은 과 선배다. 그러다보니 큰 형님과 같은 방을 쓰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래서인가 클래식 음악은 내가 굳이 알려도,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들리는 음악이었다. 나이들어 국민학교의 생활기록부를 볼수 있다 해서 인근 학교의 행정실에 찾아가 확인한 내 기록에는 놀랍게도 1학년때 담임선생님 평가가 '음감이 예민하다'라고 ..